이것저것/세원북 독서지도 상담글

[독서지도 상담 자주 묻는 질문] 4. 책은 언제까지 읽어주어야 하나요?

오른발왼발 2009. 11. 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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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부터 2007년 2월 지 약 3년간 인터넷 어린이서점 세원북(www.swbook.co.kr)에서 독서지도상담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자주 묻는 질문'과 '분야별 독서지도 가이드'를 올립니다.

 

 

4. 책은 언제까지 읽어주어야 하나요?
 

 아이가 4-5살쯤 되면 많은 엄마들은 과연 책을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책을 읽어주는 게 아이가 책읽기 독립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좀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아이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준다는 것 자체가 점점 괴로워지기 때문이죠.
아기 때에는 글이 너무 단순한데다 같은 책을 무수히 반복하기 때문에 지루하기만 했던 책이 아이가 커나감에 따라서 글의 양도 많아지면서 엄마를 힘들게 하지요.
글의 양이 많은 책을 아이가 원하는 만큼 읽어주려면 엄마는 자연 목의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는 즐겁지만 엄마는 점점 괴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처럼 엄마가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책은 언제까지든지 읽어주세요!”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 말은 아이가 한글을 떼고 난 뒤, 책을 자유롭게 읽고 난 뒤, 또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라도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읽어주시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책을 언제까지나 읽어주라고 말씀 드리면, 혹시 그러다 아이가 혼자서는 책을 못 읽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하지만 그럴 염려는 전혀 없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첫째, 책 속에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아챈 아이들은 바로 책과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책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져야 합니다. 책이 싫어지는 건 책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또 엄마가 자신에게 강요를 하고 있고, 그래서 불만이 생길 경우이죠. 그렇지만 엄마가 책을 읽어준다면 아이들은 부담감 없이 자연스럽게 책 속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둘째, 어리면 어릴수록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보통 8살 정도까지 아이들의 듣기 능력이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이는 이해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집니다. 또 듣기 훈련이 저절로 되기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능력이 탁월해진답니다.

 

셋째, 엄마가 자연스럽게 독서지도를 할 수가 있게 되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엄마가 먼저 읽어보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엄마와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 내용을 공유하게 되지요. 따라서 아이가 책을 읽고 책과 관련해 이야기를 꺼낼 때면 바로 바로 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고, 결국 자연스럽게 독서지도가 된답니다.

 

넷째,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는 책읽기 독립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답니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아챈 아이들은 자람에 따라서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가 글자를 통해서 전달된다는 걸 눈치채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한글도 쉽게 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한글을 뗀 아이들은 한글을 뗀 시기만 보자면 좀 늦어질 수 있겠지만, 대신 한글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바로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한글을 떼고 나서 책을 읽을 때 글자 한자 한자를 더듬거리면 읽어내는 것과는 달리 문장을 매끄럽게 읽어냅니다. 물론 혼자서 책을 읽을 땐 지금까지 읽어주던 책보다 조금 아랫단계의 책부터 시작해야겠지요.
그리고 엄마가 책을 읽어줄 때도 놀이 삼아 조금씩 아이랑 번갈아가면서 책을 읽어본다면, 아이는 금방 자기가 관심을 갖는 책들을 읽어내게 됩니다. 무엇보다 따로 소리 내어 읽는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엄마와 함께 소리 내어 읽는 훈련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랍니다.

 

따라서 엄마가 책을 읽어주시는 건 언제든지 좋은 일이지요. 무엇보다 엄마와 아이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 주니까요. 사실 학교에 들어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엄마와 아이 사이는 점점 틈이 벌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늘 책을 읽어주던 아이들은 엄마에 대한 신뢰가 있기 마련이지요. 이 신뢰감은 아이가 더 커서 사춘기를 맞고 반항기에 접어들 때도 결코 빗나가지 않게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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