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11년 2월] 전태일-불꽃이 된 노동자

오른발왼발 2021. 7. 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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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을 만나다

 

 

 

여러분 또래였을 때 저는 인물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인물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이렇게 되어야지!’하고 책 속에 빠져들곤 했지요.
웃음이 저절로 나는 황당한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영국의 정치가인 ‘처칠’ 이야기를 읽었을 때였지요. 가만 보니까 처칠이 사망한 해가 제가 태어난 해인 거예요. 그때부터 처칠이 환생해서 태어난 게 ‘나’라며 자기 최면을 걸기 시작했지요. 처칠같이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문득 한 친구의 글이 기억나요. 자기도 다른 친구들도 인물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대요. 어려서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던데, 여러분도 그런가요?

책장 넘기기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전태일-불꽃이 된 노동자』(오도엽 글/이상규 그림/한겨레아이들)는 모두 꼭 한번 읽어 봤으면 싶어요.
혹시 ‘전태일’이란 이름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못 들어 본 친구들이 훨씬 많을 것 같아요. 여기엔 까닭이 있어요.
어른들이 친구들에게 인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건 그 인물을 본받아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하지만 전태일의 직업은 어른들이 여러분에게 바라는 직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전태일은 서울 청계천에 있는 평화 시장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하는 노동자였으니까요. 요즘은 좀 달라졌지만, 전태일이 일을 하던 그 당시 평화 시장 노동자들의 삶은 아주 비참했어요. 보통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열서너 살 나이의 아이들이 공장에서 잡일을 했지요. 이렇게 1~2년쯤 지나면 재봉틀을 다루는 미싱사의 보조나 옷감을 다루는 재단사의 보조가 되고요. 또 3~4년쯤 일하면 미싱사나 재단사가 됐답니다.
전태일이 처음 일을 하며 받은 일당은 50원이었대요. 그것도 하루에 14시간이나 일하고 말이에요. 그 당시 50원은 커피 한 잔 값 정도밖에 안 됐다고 하지요.
게다가 작업 환경도 아주 형편없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공간을 아래위로 쪼개, 사람들은 허리도 펴지 못한 채 구부정한 자세로 일할 수밖에 없었지요. 또 공장에는 창문이 없어서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았고요. 환풍기가 없어서 옷감을 자르고 재봉할 때 생기는 엄청난 먼지가 빠져나갈 구멍도 전혀 없었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 년 동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을 벌기는커녕 병만 얻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았지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말이에요. 
전태일은 이렇게 힘든 조건에도 열심히 일했어요. 그 덕분에 남들보다 빨리 미싱사가 될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는 재단사가 되기 위해서 다시 재단 보조 일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재단사는 공장에서 사장을 대신해 직원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감독하는 일도 했거든요. 만일 노동자가 아파 쉬고 싶으면 재단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요. 물론 이를 허락하는 재단사는 거의 없었지요. 그래서 전태일은 자기가 재단사가 되어 아파도 쉬지 못하는 힘없고 어린 노동자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거예요. 다시 몇 년 고생해서 재단사가 된 전태일은 아픈 사람이 있으면 일찍 집에 보내고, 밤늦도록 그  사람 몫까지 일을 대신하곤 했답니다.
사장 눈에 이런 모습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어요. 결국 전태일은 공장에서 쫓겨나고 말았지요. 때마침 그는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몸이 아프고 열악한 환경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사장이 시키는 대로만 일해야 했던 노동자의 권리가 사실은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예요. 동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 전태일은 한자투성이인 이 책들을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처음엔 노동청에 항의를 해 신문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어요. 사회 전체가 노동자 문제에 무관심했던 그 당시로서는 대단한 성과였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현실은 차갑기만 했어요. 노동청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어기며 무시하려고만 했답니다.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도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던 거예요.
결국 전태일은 자신을 바치기로 했답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한 손에는 근로기준법을, 또 한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걸어 나왔어요. 그리고 자기 몸에다 불을 붙였지요. 자신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이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목숨을 내놓은 거예요.
전태일의 죽음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어요. 사람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함께 싸우게 됐지요.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답니다. 전태일이 노동자들의 인권 보장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실현을 앞당겼다고요.

함께 읽으면 좋아요!

 

『태일이 1-5』(박태옥 글/최호철 그림/돌베개)

 

전태일의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를 만화로 구성한 책이에요. 전태일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속마음을 만화를 통해 솔직하게 들어 볼 수 있답니다. 자기보다 더 힘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전태일.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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