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
혹시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런 말을 해주면 어떨까요?
꿈은 이루어져요
끝까지 포기 안 해요
느려도 괜찮아요
오늘도 행복해요
늘 상냥해요
자리를 내줄게요
같이 울어요
소원을 말해요
멋진 말이긴 해요.
하지만 힘든 현생에서는 오히려 이런 말들이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요.
“그래도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해!”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쩌면 화가 날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누군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또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은 분명 보통 사람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 여겨질 거예요. 또 한편으론 나도 저렇게까지는 아니라도 조금은 저렇게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테고요.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이 바로 그런 책이에요.
옛날 아주 먼 옛날, 공룡이랑 매머드랑 사람이 다 같이 뒤죽박죽 모여 살던 시절에 괴상한 ‘눈썹 아저씨’가 살았어요. 아저씨는 자신에게 위와 같은 말을 했고, 또 그렇게 살아갔어요.
익룡 프테라노돈을 타고 달까지 가겠다는 꿈을 꿨던 눈썹 아저씨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어요. 하지만 아저씨의 손자의 손자, 또 손자의 손자, 또 손자의 손자인 닐 암스트롱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했대요. 꿈을 이룬 거예요.
“자기가 이루지 못했는데, 꿈을 이룬 게 맞아요? 말도 안 돼요!”
어쩌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우리는 늘 지금 당장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조금 생각을 달리해 보면 아저씨는 분명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달에 가는 것은 인류의 꿈이었고,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확실히 아저씨는 남들과는 생각이 많이 달랐어요. 남들이 ‘빨리 빨리’를 외칠 때 아저씨는 ‘천천히’를 외쳤어요. 허둥지둥 서두르다 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멋진 경치를 느긋하게 보지 못해 아쉬우니까요.
아저씨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위에서 말한 여러 말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아저씨가 그렇게 살고 있고, 또 그런 아저씨의 삶이 자신은 물론 주위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아저씨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돼요. 정말 괴상한 아저씨예요.
참, 이 괴상한 아저씨의 정체에 대해 짐작할만한 내용이 책의 마지막에 나와요.
아저씨는 날마다 세상이 언제나 평화롭고, 모든 사람이 웃고 행복해지기를 기도했대요. 그러던 어느 겨울밤 아저씨는 집집마다 다니며 매머드 고기를 나눠 주었대요. 빨간 담요를 뒤집어서 쓰고 눈을 맞으면서요.
혹시 이 아저씨의 정체가 크리스마스 때면 기다려지는 바로 그분은 아닐까요? 정답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맘껏 상상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서 더 좋아요.
괴상한 아저씨 이야기는 때로는 황당무계하고, 과장으로 가득 차 있지만, 한편으론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 이 책의 원제는 ‘말하면 힘이 세지는 말’이 아니라 ‘HENTEKORIN OJISAN’로 표기되어 있어요. 일본말을 영어로 표기한 건데, 찾아보니 ‘괴상한 아저씨’라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의 흐름도 괴상한 아저씨(눈썹 아저씨)가 자신에게 하는 말을 따라가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말’에만 초점을 맞춰서 조금 교훈적인 제목이 되고 말았어요.
또 위의 그림처럼 각각의 에피소드가 시작하는 장면은 왼쪽 상단에 위와 같이 글이 써 있어요.
끝까지 포기 안 해요
늘 상냥해요
하지만 뭔가 조금 어색해 보여요. 이런 말들은 아저씨의 신념에 대한 말이고, 아저씨가 아저씨 자신에게 하는 말이니까요. 그러니까 이 말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끝까지 포기 안 하기
늘 상냥하기
원서의 문장이 어떻게 쓰여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쓰는 게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유쾌하면서도 마음이 찡해지는 감동이 있는 책이에요.
그림도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세밀한 부분마다 디테일이 살아있어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의 말’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림책에는 이렇게 작가의 말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흔치 않아요. 여기에 작가의 말을 옮겨 볼게요.
저에게는 정해진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신호를 지키자!”라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빨간불일 때는 절대로 길을 건너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차가 지나다니지 않자, 빨간 불이 켜져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가기 시작했습니다. “왜 안 건너가는 거지? 이상한 사람이네.” 사람들은 오히려 저를 나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제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마치 제가 나쁜 짓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지요. 요즘 우리는 꼭 지켜야 할 것, 정말로 소중한 것, 중요한 것, 아주 멋진 것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저는 이럴 때야말로 조금 특이하더라도 ‘눈썹 아저씨’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썼습니다.
어떠세요? 괴상한 아저씨가 바로 작가 미야니시 다쓰야 같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