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오른발왼발 2025. 4. 8. 00:38
728x90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80억 명의 인간이 1명의 거인이라면

롭 시어스 글/톰 시어스 그림/비룡소

 

 

이 책은 환경책이다.

나는 환경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환경책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환경책을 보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죄책감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훈이 앞서다 보니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표지를 보면 환경을 살리는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문구와 함께 최재천 교수의 강력 추천이란 글자가 눈에 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 기발하고 재밌다. “환경을 살리는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최재천 교수의 말에 적극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의 형식은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푸른숲주니어)을 떠오르게 한다. 베스트셀러를 거쳐 지금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지구마을 사람 100명 가운데

60명은 아시아에서,

15명은 아프리카에서,

11명은 유럽에서

8명은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서,

5명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1명은 오세아니아에서 왔습니다.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은 국적, 언어, 종교 등 지구촌 사람들의 문화와 함께 식량, 환경, 부의 편중 등의 당면한 문제를 100이라는 표준화된 작은 숫자로 보여준다. 100이라는 숫자는 복잡한 숫자보다 명쾌하고, 그래서 독자들은 더 실감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도 비슷하다. 대신 이 책에서는 숫자가 아닌 크기로 보여준다. 그것도 아주 기발한 방식으로 말이다.

 

여기에는 뭉쳐기계라는 것이 등장한다. 80억 인류가 차례로 이 기계로 들어가면 출구에서 80억 인류를 하나로 뭉친 아주아주 큰 몸뚱이로 나온다. 이른바 대왕인간이 되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해지는 설정이다.

 

대왕인간은 지구의 이것저것과 크기로 견줘진다. 예를 들어 대왕인간의 눈은 축구장만큼이나 커다랗다거나, 콧구멍은 넬슨 기념탑을 쑤셔 넣을 수 있을 정도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뭉쳐기계에는 동물들도 들어간다. 대왕호랑이, 대왕기린, 대왕코뿔소, 대왕코끼리 등등 동물들도 대왕인간처럼 거대한 하나의 몸뚱이가 되어 나온다.

하지만 대왕동물들은 대왕인간에 견주면 너무 작기만 하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대왕인간은 점점 커지고 대왕동물들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는 건 마음이 아프다.

물론 인간처럼 수가 점점 늘어나는 동물도 있다. , , 돼지, . 이들이 늘어난 건 순전히 인간의 필요 때문이다.

 

뭐든 하나만 유별나게 크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왕인간은 식량, 음식물 쓰레기, 무분별한 자원 개발로 인한 땅 파기, 기후 변화 등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시름에 젖는다.

 

그렇다면 이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시름에 잠긴 대왕인간 앞에 대왕유령이 나타난다. 대왕유령은 예전에 살았던 사람 990억 명을 다 뭉친 유령이다. 대왕유령에 비하면 대왕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다.

그런데 대왕유령이 누군가를 소개해 준다. 대왕인간보다 1만배는 더 큰, ‘알로라는 존재다. 알로는 세상의 모든 나무와 새, 풀잎, 세균까지, 살아있는 생명체를 몽땅 뭉쳐기계에 넣어서 나온 친구라고 한다.

지구에서 가장 큰 줄 알았던 대왕인간도 알로랑 견주면 알로의 뒷다리 여드름 하나 정도라니, 대왕인간이 실은 지구에서 아주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깨달음이 있으면 변화도 생기는 법!

하지만 이 책은 다른 환경책처럼 죄책감을 느끼며 임무만 잔뜩 안겨주진 않는다.

 

완벽하지 않은 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아.

 

우울해졌던 대왕인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전환에 나선다.

하지만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신경 쓰이게 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기분이 좋아진다.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아이디어도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번엔 몸을 다시 80억 명으로 분리하기로 한다. 아무리 거인이라도 한 명의 손보다는 수십 억명의 손이 나으니까 말이다.

대왕거인은 뭉쳐기계의 설정을 반대로 바꾸고 뭉쳐기계에 들어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뭉쳐기계라는 기발한 상상,

그림을 통해 선명하게 비교되는 크기,

글을 읽으며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너무 작아진 동물들을 찾는 재미,
위트 있는 문장,

지구에서 가장 대단한 존재인 줄 알았던 대왕인간도 자연 속에서는 아주 작은 존재라는 깨달음.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본 환경책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에게 권하고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