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7.15.
동요 동시집 이야기
요즘 어린이 책 시장이 활황이라고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동요·동시집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출판되고 있는 양도 워낙 적
지만 어쩌다 나온 동요·동시집들 가운데 좋은 걸 찾아내기란 정말 어렵다. 아이들도 동요·동시집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혹시 동요·동시가 아이들의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닐까?
나도 그렇지만 동요·동시를 비롯해 시에 대해 굉장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동요·동시도 그렇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시들까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 세계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란 '이해하기 어려운 것' '말 재간으로 이루어진 것' '나는 쓸 수 없는 것'이란 생각만 커져 갔다. 처음엔 이런 생각이 열등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이런 생각은 점차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아! 동요는 조금 달랐다. 밖에서 친구들과 뛰놀 때면 동요는 늘 함께 했다. 술래잡기를 할 때,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불렀던 노래, 그땐 미처 몰랐지만 그건 바로 동요였다. 그러고 보니 동요는 놀이와 한 짝이다. 놀이는 아이들의 삶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가 사라진 지금, 놀이와 한 짝인 동요도 함께 사라졌다. 게다가 여전히 아이들을 무시한 채 말장난 식으로 쓰여진 많은 동시들은 아이들을 점점 시의 세계와 멀어지게 한다. 이런 식이라면 지금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난 뒤에도 진정한 시의 세계를 발견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함마저 든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쓴 시를 볼 때면 위안이 된다. 아이들 세계가 그대로 드러난 아이들 시를 보면 아이들은 타고난 시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동요·동시가 죽었다고 원망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먼저 아이들을 실컷 뛰놀게 하고, 아이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봐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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