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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권정생 추모18

몽실 언니 출판 40년, 권정생 추모 17년 몽실이가 건네는 위로의 말   내가 몽실 언니를 처음 알게 된 건 1990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덕분이었다. 그때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기가 대단하던 시절이었다. 시청률이 얼마나 됐는지 알 수는 없으나, 여기저기서 ‘몽실 언니’ 이야기하는 걸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또 단발머리를 한 아이가 있으면 “너 꼭 몽실이 같구나.” 하고 말하기도 했다. 나처럼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도 다 알만큼, 몽실이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캐릭터가 됐다. 내가 몽실 언니를 직접 만난 건 1990년대 중반,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공부할 때였다. 신입회원이 봐야 할 책 목록이 있었는데, 《몽실 언니》는 그 가운데 한 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임에서 나는 《몽실 언니》에 대한 불만을 마구 터뜨렸다. 몽실이의 처지가 너무 불.. 2024. 5. 16.
복사꽃 외딴집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이제 3시간만 지나면 5월인데, 이상하게 날씨가 좀 쌀쌀하네요. 조금 전에 잠깐 산책을 다녀왔는데 패딩을 입은 사람들도 여럿이었어요. 5월을 앞둔 모습치고는 좀 낯설었어요. 보름 전쯤엔 ‘이게 4월 날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더워 정신을 못 차리게 하더니 말이에요. 선생님 계신 그곳은 따뜻한가요? 복사꽃이랑 꼭 어울리는 날씨였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복사꽃 외딴집》을 읽었어요. ? ? 선생님 두 눈에 이렇게 물음표가 생겼을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인 1973년에 《새생명》 5월호에 발표한 뒤, 단행본으로는 나오지 않았던 작품이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구하기도 힘든 그 옛날 잡지, 더구나 기독교 신자도 아닌 제가 기독교 잡지를 찾아 읽은 건 아니에.. 2023. 5. 1.
15주기 권정생 추모제 2022. 5. 15.
아기 늑대 세 남매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벌써 열다섯 번째 편지네요.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이 되는 해였어요. 100년 전 어린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 어린이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더불어 제 어린 시절, 또 이제는 다 커버린 저희 아이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선생님, 혹시 어려서 별명 같은 건 없으셨나요? 어린 시절엔 다들 별명이 많잖아요. 그 별명이 지독하게 듣기 싫었던 적도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그 별명이 그립기도 해요. 참고로. 제 별명은 아주 오랫동안 ‘오징어’였어요. 어린 시절엔 별명이란 것이 대개는 이름 때문에 생기는 거 아시잖아요. 물론 오징어란 별명 말고도 다른 별명도 있었어요. 진돌.. 2022. 5. 9.
2007년 6월, 권정생 선생님을 추모하며 권했던 책들 길 아저씨 손 아저씨 권정생 글/김용철 그림/국민서관 옛날이야기 '지성이와 감천이'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길 아저씨는 두 다리가 불편해 방안에서 앉아서만 살았고, 손 아저씬 두 눈이 보이지 않아 집 안에서만 더듬거리며 살았다. 대추나무집 할머니 덕에 두 사람은 만났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게 됐다. 처음엔 구걸만 했지만 일감을 얻어 일을 하면서 솜씨도 좋아지고 더 이상 남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수 있게 된다. 물론 장가도 들었고,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이 책이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창작' 그림책이 된 건 이 때문이다. 모티브는 같지만 황금을 나눠갖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초등 1학년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권정.. 2021. 5. 16.
산비둘기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동시집 《산비둘기》를 봤어요. 선생님이 이 동시집을 손수 만드실 때, 이 동시집이 출판되어 저까지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셨을 거예요. 세상에 딱 두 권밖에 없는 책, 더구나 누군가에게 사적으로 선물했던 책이었으니까요. 예전에 선생님이 이오덕 선생님과 주고받았던 편지가 책으로 출판되었을 때 생각이 나기도 했어요.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겐 커다란 선물이었지만, 선생님도 우리처럼 기뻤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선생님 마음을 헤아려보던 것도 잠시였어요. 책을 펼치면 제가 몰랐던 선생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냥 좋아하곤 했어요. 《산비둘기》에 실린 동시를 한 편 한 편 읽어봤어요. 예전에 보았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과는 느낌이 달랐어요. 동시가 아.. 2021. 5. 16.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하느님이랑 예수님이랑 잘 지내고 계신가요? 네? 하늘나라에 하느님이랑 예수님은 안 계시다고요? ……. 아, 그러네요. 하느님이랑 예수님은 통일이 될 때까지 이 세상에 살기로 하셨으니, 아직은 여기에 계시겠네요. 예수님은 그럭저럭 잘 버티시지만 하느님은 무척 힘들어하셨던 것 같은데 괜찮으실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렇게 오랜 기간 여기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하셨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도 씩씩하고 정 많은 과천댁 할머니랑 공주님이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어요. 정말 과천댁 할머니랑 공주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과천댁 할머니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을까요? 2000년 이후에 여러 번 남북이산가족상봉의 기회가 있긴 했지만 아직도 이산가족상봉의 .. 2021. 5. 10.
<해룡이>, <새들은 날 수 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아카시아 향기가 물씬 나는 5월이에요. 혹시 선생님도 이때쯤 떠오르는 추억의 장소가 있으신가요? 전 이때쯤이면 떠오르는 장소가 하나 있어요. 중학교 시절, 학교 가는 길에 커다란 언덕길이 있었어요. 한쪽에 산이 우거져 있고, 다른 한쪽은 절벽이었지요. 포장되지 않은 흙길은 가물 때는 먼지가 풀썩풀썩 났고, 비가 많이 오면 땅이 움푹 패어서 깊은 구덩이가 생기는 곳이었어요. 그 길로 많은 학생들이 오고갔어요. 이때쯤이면 산은 하얀 아카시아 꽃으로 물들고 꿀을 따는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벌통에서 벌이 웅웅거렸어요. 하지만 이 길은 학생들이 오고가는 시간대에만 붐빌 뿐 그 시간대를 놓치고 나면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어요. 이럴 때면 이곳은 공포의 언덕으로 .. 2021. 5. 10.
몽실 언니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어김없이 또 한 해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올 봄은 몹시도 추웠습니다. 5월이면 가끔은 한낮에 반팔을 입고도 땀을 흘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긴 팔에 점퍼까지 입고도 서늘하기만 합니다. 밤에도 자다 말고 추워서 잠을 깨는 날도 있습니다. 어제는 결국 보일러를 틀고 잠을 청했어요. 해마다 날씨가 이상하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특히나 심상치가 않습니다. 3월엔 유난히 기온이 높아지더니 모든 봄꽃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렸지요. 막상 그 꽃들이 필 때쯤엔 비바람이 불어와 한꺼번에 그 예쁜 꽃망울들을 떨어뜨렸지만 말이에요. 덕분에 올해는 봄꽃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요. 그리고 4월부터 지금까지 서늘한 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올봄을 이렇게 서.. 2021. 5. 10.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올해는 봄이 봄 같지 않고 어찌나 추운지, 과연 봄이 오기는 하는 건지 궁금할 정도였어요.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라네요. 음--. 굉장히 찔리는 말이에요. 아무리 이런저런 이유를 대어 봐도 제가 기후변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으니까요. 다행히 5월에 들어서면서 날씨가 제법 봄다워졌어요.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한 듯 하지만 낮에 걸어 다니다 보면 찔끔 땀이 날 때도 있어요. 그런데 따뜻한 날씨를 기다릴 때는 언제고 막상 날씨가 따뜻해지자 또 다른 고민이 몰려와요. 작년 여름의 무더웠던 날씨가 떠오르는 거예요. 37도를 넘는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날며칠씩 계속됐거든요. 또 겨울엔 얼마나 추웠는지……. 혹시 올해도 여름엔 불같이 더운 날.. 2021. 5. 10.
하느님의 눈물 나쁜 남자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 이번에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제가 왜 선생님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됐어요. 근데 한참을 곰곰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 뭔지 아세요? 선생님은 정말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는 것이었어요. 나쁜 남자 스타일? 말도 안 돼!!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저를 한없이 불편하게 만드시는 데 선수이시잖아요.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저를 불편하게 만드신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선생님 작품을 보고 나면 늘 마음이 불편했어요. 마치 마음 한켠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 같았죠. 그래서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었어요. 잊고 싶어도 자꾸 찌르곤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선생님은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선생님께서 저를 가장 .. 2021. 5. 10.
또야 너구리 능청스러운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다시 일 년만이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때가 되서 형식적으로 쓰는 편지처럼 느껴지실까 봐 걱정이었는데, 올해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요. 꼬박꼬박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사람은 저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졌거든요. 맞죠? ^^ 그래도 이번에 편지를 쓰면서 찔리는 부분이 있긴 했어요. 제가 작년에 똑똑한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올해는 선생님이 쓰신 옛날이야기 문체에 대해 공부한 성과를 조금이나마 이야기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약속을 전혀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여름까지는 고민이라도 계속하고 있긴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게 더 재미있게 느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만 선생님 옛이야기 문체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건 까먹고 만 거지..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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