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권정생 추모제10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하느님이랑 예수님이랑 잘 지내고 계신가요? 네? 하늘나라에 하느님이랑 예수님은 안 계시다고요? ……. 아, 그러네요. 하느님이랑 예수님은 통일이 될 때까지 이 세상에 살기로 하셨으니, 아직은 여기에 계시겠네요. 예수님은 그럭저럭 잘 버티시지만 하느님은 무척 힘들어하셨던 것 같은데 괜찮으실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렇게 오랜 기간 여기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하셨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도 씩씩하고 정 많은 과천댁 할머니랑 공주님이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어요. 정말 과천댁 할머니랑 공주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과천댁 할머니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을까요? 2000년 이후에 여러 번 남북이산가족상봉의 기회가 있긴 했지만 아직도 이산가족상봉의 .. 2021. 5. 10. <해룡이>, <새들은 날 수 있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아카시아 향기가 물씬 나는 5월이에요. 혹시 선생님도 이때쯤 떠오르는 추억의 장소가 있으신가요? 전 이때쯤이면 떠오르는 장소가 하나 있어요. 중학교 시절, 학교 가는 길에 커다란 언덕길이 있었어요. 한쪽에 산이 우거져 있고, 다른 한쪽은 절벽이었지요. 포장되지 않은 흙길은 가물 때는 먼지가 풀썩풀썩 났고, 비가 많이 오면 땅이 움푹 패어서 깊은 구덩이가 생기는 곳이었어요. 그 길로 많은 학생들이 오고갔어요. 이때쯤이면 산은 하얀 아카시아 꽃으로 물들고 꿀을 따는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벌통에서 벌이 웅웅거렸어요. 하지만 이 길은 학생들이 오고가는 시간대에만 붐빌 뿐 그 시간대를 놓치고 나면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어요. 이럴 때면 이곳은 공포의 언덕으로 .. 2021. 5. 10. 몽실 언니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어김없이 또 한 해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올 봄은 몹시도 추웠습니다. 5월이면 가끔은 한낮에 반팔을 입고도 땀을 흘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긴 팔에 점퍼까지 입고도 서늘하기만 합니다. 밤에도 자다 말고 추워서 잠을 깨는 날도 있습니다. 어제는 결국 보일러를 틀고 잠을 청했어요. 해마다 날씨가 이상하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특히나 심상치가 않습니다. 3월엔 유난히 기온이 높아지더니 모든 봄꽃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렸지요. 막상 그 꽃들이 필 때쯤엔 비바람이 불어와 한꺼번에 그 예쁜 꽃망울들을 떨어뜨렸지만 말이에요. 덕분에 올해는 봄꽃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요. 그리고 4월부터 지금까지 서늘한 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올봄을 이렇게 서.. 2021. 5. 10.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올해는 봄이 봄 같지 않고 어찌나 추운지, 과연 봄이 오기는 하는 건지 궁금할 정도였어요.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라네요. 음--. 굉장히 찔리는 말이에요. 아무리 이런저런 이유를 대어 봐도 제가 기후변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으니까요. 다행히 5월에 들어서면서 날씨가 제법 봄다워졌어요.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한 듯 하지만 낮에 걸어 다니다 보면 찔끔 땀이 날 때도 있어요. 그런데 따뜻한 날씨를 기다릴 때는 언제고 막상 날씨가 따뜻해지자 또 다른 고민이 몰려와요. 작년 여름의 무더웠던 날씨가 떠오르는 거예요. 37도를 넘는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날며칠씩 계속됐거든요. 또 겨울엔 얼마나 추웠는지……. 혹시 올해도 여름엔 불같이 더운 날.. 2021. 5. 10. 하느님의 눈물 나쁜 남자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 이번에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제가 왜 선생님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됐어요. 근데 한참을 곰곰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 뭔지 아세요? 선생님은 정말 나쁜 남자 스타일이라는 것이었어요. 나쁜 남자 스타일? 말도 안 돼!!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저를 한없이 불편하게 만드시는 데 선수이시잖아요. 생각해 보면 선생님께서 저를 불편하게 만드신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선생님 작품을 보고 나면 늘 마음이 불편했어요. 마치 마음 한켠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 같았죠. 그래서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었어요. 잊고 싶어도 자꾸 찌르곤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선생님은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선생님께서 저를 가장 .. 2021. 5. 10. 또야 너구리 능청스러운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다시 일 년만이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때가 되서 형식적으로 쓰는 편지처럼 느껴지실까 봐 걱정이었는데, 올해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요. 꼬박꼬박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사람은 저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졌거든요. 맞죠? ^^ 그래도 이번에 편지를 쓰면서 찔리는 부분이 있긴 했어요. 제가 작년에 똑똑한 선생님께 편지를 쓰면서 올해는 선생님이 쓰신 옛날이야기 문체에 대해 공부한 성과를 조금이나마 이야기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약속을 전혀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여름까지는 고민이라도 계속하고 있긴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게 더 재미있게 느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만 선생님 옛이야기 문체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건 까먹고 만 거지.. 2021. 5. 10. 똑똑한 양반 똑똑한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죠? 선생님께 1년 만에 다시 편지를 쓰네요. 그렇다고 때가 되서 형식적으로 쓰는 편지는 아니랍니다. 알고 계시죠? 전 요즘 선생님이 쓰신 옛날이야기를 보며 선생님 생각을 아주 많이 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쓰신 옛날이야기를 읽다 보면 옛날이야기를 어떻게 새로 써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절대 아부가 아니에요. 진짜로 제가 옛날이야기를 공부하면서 느낀 거예요. 그 중에서도 지난 해 나온 《똑똑한 양반》을 벌써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몰라요. ‘새끼 서 발’로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가 곱씹던 이야기에요. 새끼 서 발이 몇 번의 교환을 거쳐서 예쁜 색시가 되는 이야기는 매력이 넘쳤지만, 중간에 죽은 처녀가 산 색.. 2021. 5. 10.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시죠? 선생님이 계신 하늘나라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분명 이 땅에 계실 때보다는 훨씬 유쾌하고 가벼운 마음이실 거란 생각이 들어요. 참 이상하게도 선생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땐 선생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늘 눈물이 나곤 했어요. 선생님께서 익살을 부려봤다고 하신 《밥데기 죽데기》를 볼 때도 그랬고, 또야 너구리의 천진난만함이 돋보였던 을 볼 때도 그랬어요. 다른 작품들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었고요. 그래서 늘 선생님을 생각할 때면 왠지 모를 무게감이 저를 압도하곤 했어요. 그런데요, 일 년 전 어느 날이었어요.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를 보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너무 친근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선생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생쥐랑 티.. 2021. 5. 10. 밥데기 죽데기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가끔 하늘에서 이곳을 내려다보신 적도 있으신지요? 우리나라는 야경이 정말 끝내준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지도 궁금해요. 물론 요즘엔 야경 따위엔 관심이 전혀 없어졌지만요. 누가 그랬거든요. 우리나라 야경이 아름다운 건 밤 늦게까지 일.. 2019. 5. 9. 내 마음 속 별, 강아지 똥 - 권정생 선생님 11주기 추모 권정생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오랜만에 <강아지 똥>을 읽었어요. 그동안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었지만 오늘은 지난해에 나온 《먹구렁이 기차》 개정판에 새로 실린 정본으로 읽을 수 있어 참 좋았어요. 오랜만에 <강아지 똥>을 읽다보니 옛날 생각이 났어.. 2018. 5. 10.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