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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책/2009년에 나온 옛날이야기 책

진시황과 재주 많은 일곱 형제

by 오른발왼발 200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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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과 재주 많은 일곱 형제

마거릿 마이 글/진 쳉. 무시엔 쳉 그림/국민서관/절판

 

 

 

이 책은 사실 옛날이야기 책은 아니예요.
'재주 많은 일곱 쌍둥이'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 옛날이야기를 새롭게 쓴 창작 그림책이지요.

‘재주 많은 일곱 쌍둥이’는 이야기에 따라 쌍둥이 형제가 일곱이 아니라 여섯 혹은 여덟 쌍둥이가 되기도 하지만 모두들 아주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지요. 이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건 쌍둥이들의 이름이에요. 천리보기만리보기, 여니딸깍, 깊으니얕으니……, 이야기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쌍둥이 형제의 재주가 이름에 그대로 나타나요. 천리보기만리보기는 아무리 먼 곳에 있는 것도 훤히 볼 수 있고, 여니딸깍은 어떤 자물쇠든지 손만 대면 바로 딸깍 여는 재주가 있어요. 모습이 똑같아서 알아보지 못하는 걸 이용해서 각자의 재주를 활용해 위기를 모면하는 쌍둥이들의 모험은 정말 신이 납니다. 쌍둥이들의 이름에서 느끼는 말놀이의 재미도 덤으로 느낄 수 있고요.

 

이 책은 바로 이 이야기를 다시 쓴 책입니다. 아쉽게도 쌍둥이들의 이름은 빠졌어요. 하지만 저마다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는 건 그대로에요. 첫째는 천 리 밖에서 파리가 재채기 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둘째는 천 리 밖에서 재채기 하던 파리가 만리장성에 내려앉는 모습을 볼 만큼 환한 눈을 가졌고, 셋째는 길을 걸을 때 산을 만나면 산을 번쩍 들어 뒤에 내려놓고 갈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셌고요, 넷째는 뼈가 단단한 쇠로 되어 있어 뼈가 절대 부러지거나 휘지 않았지요. 다섯째는 아름드리 나무둥치처럼 쑥쑥 자라는 튼튼한 다리를 가졌고, 여섯째는 한여름 땡볕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일해도 몸이 더워지지 않았고, 일곱째는 기분이 좋지 않으면 뜨겁고 찬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그 눈물 한 방울은 마을 하나를 잠기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눈물이었대요.

 

이렇게 재주가 많은 일곱 쌍둥이가 힘을 합쳐 할 일이 생기죠. 어느 날 첫째 귀에 사람들이 구슬프게 울며 아파하는 소리가 들려요. 둘째가 소리가 나는 만리장성 쪽을 보니 만리장성에 어마어마한 구멍이 나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밥도 못 먹고 일을 하고 있었지요. 셋째가 얼른 만리장성에 가서 구멍을 다 메우고 난 뒤 그 자리에 누워 쿨쿨 낮잠을 잤죠. 
그런데 황제는 한나절 만에 한 사람이 어마어마한 구멍을 다 메웠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았죠. 그토록 힘이 세다는 건 골칫거리가 될 거라 여긴 거지요. 황제는 군대를 보내 셋째를 잡아들여 다음 날 처형을 하기로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곱 쌍둥이의 재주가 펼쳐질 차례입니다. 셋째가 위기에 처한 걸 알게 되자 넷째가 셋째 대신 잡힌 척 한 거죠. 다음 날 병사들은 넷째의 목을 베려고 했지만 뼈가 쇠로 된 넷째의 목을 벨 수가 없어요. 물에 빠뜨려 죽이기로 하자 넷째 대신 다섯째가 대신 가서 쑥쑥 자라는 다리 덕에 목숨을 구하고, 불에 태워 죽이기로 하자 여섯째가 대신 가죠. 하지만 황제가 빗발치는 화살로 쏘아 죽이겠다고 하자 방법이 없습니다. 일곱째는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죠. 일곱째의 눈물 한 방울은 마을 하나를 잠기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눈물이라고 했었죠? 그러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요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쓰이는 이야기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일곱 쌍둥이 이야기를 진시황제 시절이라는 구체적 배경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옛날이야기 책이 아니지만 이곳에 올리는 것도 다 이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옛이야기의 구성은 잘 살려냈지만 쌍둥이들의 이름이나, 바꿔치기 하는 부분에서의 세밀한 묘미는 잘 살아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중국 옛이야기이다 보니 글을 쓴 마거릿 마이가 이런 부분의 묘미는 잘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이 책은 보통 중국의 옛날이야기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 옛날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중국 이야기가 건너와서 부분적으로 전해지던 게 아닐까 싶은데.... 찾아보니 단행본 가운데 우리 옛날이야기로 나온 책이 두 권이 보이네요. 둘 다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책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 확인해 보니 두 권 모두 절판된 상태네요.
   소개한 <진시황과 재주 많은 일곱 형제>까지 모두 절판!

 

 

<재주 많은 여섯 형제>(김미숙 글/이진우 그림/웅진씽크하우스/절판)

 

 

<재주 많은 여덟 형제>(최래옥 글/손창복 그림/고려원북스/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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