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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책/2009년에 나온 옛날이야기 책

같은 이야기 다른 느낌의 견우직녀 이야기 두 권

by 오른발왼발 2009.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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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 다른 느낌의 '견우 직녀' 

 

《칠월칠석 견우직녀 이야기》(김미혜글/백은희 그림/비룡소)

《견우직녀》(김향이 글/최정인 그림/비룡소)

 

정말 오랜만이다. 새로운 ‘견우직녀’ 그림책을 보기는 1997년 보림에서 나온 《견우 직녀》 이후 처음이다. 그것도 한 출판사에서 두 종류의 견우직녀 이야기가 한꺼번에 나왔다.

한 권은 ‘알콩달콩 우리명절’ 시리즈, 다른 한 권은 ‘비룡소 전래동화’다. 그래서인가 똑같이 견우직녀 이야기이긴 한데 좀 다르다. 하나는 칠월칠석이라는 특별한 날에, 다른 하나는 이야기 자체에 중심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칠월칠석 견우직녀 이야기》를 보자. 이 책은 독특하다. 우선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이 견우직녀가 아니라 아기 까마귀다. 견우직녀 이야기의 절정이 까막까치가 놓아준 다리를 밟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장면인 점을 생각할 때 그럴 듯한 설정이다.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 준 주역이니까 말이다. 까마귀 아빠는 하늘나라에 다리를 놓으러 가기 전 아기 까마귀에게 견우직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이 왜 하늘나라에 가야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견우직녀 이야기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기 까마귀는 내년엔 아빠랑 함께 갈 것을 약속하며 아빠를 배웅한다. 비가 오자 엄마는 말해준다. 처음 비는 견우가 직녀를 만날 때 타고 가려고 수레를 닦느라 오는 비라고, 두 번째 비는 견우직녀가 만나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세 번째는 견우직녀가 헤어져 자기 별로 돌아가느라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그런데 아빠 까마귀는 돌아오지 않는다. 대장 아저씨는 아빠가 견우 수레바퀴에 날개가 찢겨서 못 돌아오신다고 했다. 하늘나라 물푸레나무 숲에 있으니 걱정 말고 내년 칠월칠석에 만나자는 당부도 전했다. 아기 까마귀에게 아빠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아빠를 만나기 위해 칠월칠석을 기다리는 아기 까마귀의 모습에서 견우직녀 이야기를 듣고 칠월칠석 날 비가 오길 기다리는 아이들 모습이 겹쳐진다.

 

 

 

반면《견우직녀》는 철저하게 견우직녀의 사랑 이야기에 중심이 맞춰 있다. 견우와 직녀가 결혼을 한 뒤 할 일을 하지 않아서 하늘나라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두 사람의 눈물로 홍수가 나는 바람에 땅에서 난리가 난 것은 아주 짧게 나올 뿐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아름답다 못해 처절하다. 글도 글이지만 그림은 처절함을 가중시킨다. 견우 직녀가 결혼을 하고 나서 할 일을 팽개치고 사랑에만 빠져 있는 행복한 순간에도 두 사람의 행복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꽃과 나비로 대치되고, 얼굴은 뺀 채 두 사람 몸의 일부만을 보여준다. 대신 매달리고, 당황하고, 울고 하는 모습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보통의 견우직녀 이야기와는 달리 직녀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소를 모는 견우한테 첫눈에 반해 애를 태우고, 견우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임금님의 반대로 몸져눕고 매달리기까지 한 끝에 마침내 허락을 받아내 결혼을 한다. 이런 모습은 그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절정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직녀의 모습 옆에 견우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직녀의 얼굴을 강조해 보여주는 견우의 까만 등만 보인다.

전래동화 그림책으로 나오긴 했지만 옛날이야기의 문법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좀 당황스럽다. 전래동화 그림책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롭게 해석한 실험성은 높이 사고 싶다.

 

 이 글은 (사)행복한아침독서에서 발행하는 영유아 독서지 '책둥이' 17호(2009년 12월)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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