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약 3년간 인터넷 어린이서점 세원북(www.swbook.co.kr)에서 독서지도상담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자주 묻는 질문'과 '분야별 독서지도 가이드'를 올립니다.
2. 세계명작을 읽히고 싶은데요...
세계명작은 필독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세계명작을 주로 읽는 연령층은 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 또래고요.
그런데 세계명작에는 어떤 책들이 들어있을까요?
<소공자>, <소공녀>, <피노키오>, <알프스 소녀 하이디>, <키다리 아저씨>, <오즈의 마법사>, 그리고 <인어공주>나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안데르센의 여러 작품들, 또 <백설공주>,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와 같은 그림 형제가 쓴 유럽의 옛이야기들, 또 <개미와 베짱이>, <시골쥐와 서울쥐> 같은 이솝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 책이 세계명작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건 우리나라 어린이책의 역사하고도 통할 거라 여겨져요.
우리나라 어린이 책의 역사는 아무리 빨리 잡아도 이제 겨우 80년 정도 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작가의 책이 아닌 외국 작가의 책 위주로 나오게 된거지요. 그것도 일본을 통해서요.
해방 후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이들 책들은 ‘세계명작’이라는 이름으로 필독서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조기 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이들 세계명작은 동화책이 아닌 그림책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읽는 연령층도 초등학생이 아니라 유아로 내려갔지요.
이제 세계명작은 두 가지 방향에서 고민을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는 왜 이들 책만 수십 년 동안 세계명작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지, 정말 그런지를요.
이들 책들은 대부분 쓰여진 지가 100년 이상 된 책들이거든요. 즉 좋은 어린이 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쓰여진 작품들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 봐도 역시 좋은 작품들도 많지만 당시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 보기엔 여러 가지로 볼 때 가치관이 맞지 않거나 하는 책들도 있어요. 또 이후에 나온 정말 좋은 책들이 이 ‘세계명작’에 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러니 엄밀한 의미에서 ‘명작’이란 말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둘째는 이들 책을 읽는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점점 더 짧은 요약본 형태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책은 완역본의 경우 보통 200-300쪽,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요. 또 이해하기도 결코 쉽지 않고요. 그런데 이런 작품들이 유아용 그림책으로 만들어지면서 내용이 1/10 내지 1/20로 줄어듭니다. 아니 이보다 더 심하게 줄어드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그야말로 아주 짧게 정리한 줄거리라고 할 수밖에요. 그렇다면 이렇게 다른 사람이 줄여놓은 줄거리를 읽는 게 작품을 읽는 것일지요?
물론 그림형제의 이야기 같은 경우는 독일권의 옛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 옛이야기처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책들은 그저 세계명작이라는 보여주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꼭 필요하다면 줄거리 요약판이 아닌 완역판으로 읽을 수 있을 때 보여주시면 좋겠고요. 책을 고를 땐 ‘명작’이라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작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좋은 책들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많아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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