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약 3년간 인터넷 어린이서점 세원북(www.swbook.co.kr)에서 독서지도상담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자주 묻는 질문'과 '분야별 독서지도 가이드'를 올립니다.
5. 저학년이 볼 수 있는 역사i인물 이야기는 없나요?
역사. 인물책은 엄마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고 싶은 분야이지요.
아이들에 따라서 일찍부터 역사나 인물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사회과 공부와 연결해서, 혹은 아이가 위인들의 삶을 본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가 읽기를 바라는 분야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저학년이 보기에 적당한 역사i인물 이야기는 흔치 않습니다. 그건 역사. 인물 분야가 저학년에겐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역사. 인물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개념을 현재의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이 말은 역사 . 인물 이야기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기록해 놓은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보통 역사책이란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기록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역사책이든 쉽게만 다가갈 수 있다면 괜찮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래서 학습만화 가운데는 유난히도 역사책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아이들은 만화라는 매력에, 어른들은 역사책이라는 이유로 많이 보곤 합니다.
그러나 역사란 결코 과거의 사실이 아닙니다. 사실을 기록할 때도 누가 역사를 기록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사실을 어떤 시각에서 서술할 것인지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역사만큼 주관적인 분야도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인물이야기도 마찬가지지요. 저는 위인전이란 말 대신에 보통 인물이야기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위인전이라는 말 속에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위대한 일을 이룬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한 인물의 삶을 일정한 틀에 맞춰 기록하는 경향이 보이곤 하지요. 업적이 앞서다 보니 인물의 모든 삶은 그 업적을 합리화 시키는데 맞춰지고 위인들은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인물이 ! 되곤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나치게 책을 읽는 대상인 아이들을 고려해 별다른 의미도 없이 인물의 어린 시절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그 인물을 친숙하게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경우도 흔하고요.
따라서 역사. 인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무래도 고학년쯤은 되어야 적당합니다. 고학년이 되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도 분명해지고, 현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역사! i인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나온 역사.인물 이야기의 경우는 특별히 좋은 책이 눈에 띄지 않고, 주로 좋은 역사.인물 이야기가 고학년용에 몰려 있는 이유도 까닭이 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학년을 위한 역사. 인물책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랍니다. 어쩌면 저학년의 특성을 고려한 좋은 책들이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하지요. 다행히 인물 이야기 가운데는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아이세움/절판)는 여성들이 드레스에서 해방되어 생활하기 편한 옷을 입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인물이지요. 지금까지 인물 이야기처럼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시시콜콜 하지 않으면서도 아멜리아 블루머가 어떤 인물이었고, 그가 해낸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상큼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공룡을 사랑한 할아버지>(문학동네어린이/절판)는 벤자민 워터하우스 호킨스의 이야기이지요. 다소 낯선 인물이긴 하지만 공룡 화석을 이용해서 공룡의 모형을 만든 사람이라는 점을 알려준다면 아이들이 당장이라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이지요. 하지만 호킨스가 만들었던 공룡 모형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 모형과는 많이 달랐다고 해요. 새로운 뼈가 발견되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호킨스가 만들었던 공룡 모형의 오류들이 고쳐졌기 때문이지요.
<우체부 슈발>(진선출판사)는 프랑스 우체부인 슈발의 이야기지요. 우체부가 웬 위인? 하시겠지만 슈발의 인물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우체부로서가 아니라 슈발이 혼자서 33년간 돌로 쌓아 만든 ‘꿈의 궁전’이라는 건물 덕이지요. 위의 두 책에 비하자면 그림이나 구성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인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의미 있는 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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