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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9년 7월] 아이들 책 길잡이 21 - 더운 여름, 책 속으로 피서를 떠나요!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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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책읽기, 이렇게 해 보세요

 

 

7월은 아이들에게는 신나고 엄마들에게는 괴로운 달이지요. 바로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달이니까요.

여름방학은 겨울방학과 조금 다르지요. 겨울방학은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생각도 있고, 추운 날씨 탓에 밖에 나갈 기회도 별로 없어 사계절 가운데 가장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해요. 하지만 여름방학은 한 학년 동안 공부하면서 쉬어가는 때라는 생각이 크지요. 더운 여름을 식혀줄 수 있는 휴가철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놀이의 계절이지요. 이런저런 까닭으로 아이들의 마음은 설렙니다. 더운 날씨는 책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고, 불쾌지수는 높아져 괜히 아이와 엄마 사이에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도 하지요.

 

 

뒹굴거리며 읽어도 괜찮아요

 

이럴 땐 아이든 엄마든 빡빡하게 책을 보기 보다는 여유 있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아요. 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으로요.

때로는 방안을 뒹굴뒹굴 구르다 아무 책이고 집어 들고 봐도 좋아요. 책 읽는 자세만 본다면 그리 바람직하진 않지만, 뭐 늘 바른 자세로만 책을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나른한 일상에서 책이 심심풀이로, 하나의 오락처럼 여겨진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지요. 적어도 책이 아이가 답답한 일상을 풀어나갈 수 있는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봐도 좋을 거예요.

읽는 책이 문제라고요? 맞아요. 어떤 책을 읽느냐는 무척 중요하죠. 하지만 서점에 나와 있는 수많은 책들 가운데 몇 권 안 되는 추천도서만 읽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아이가 읽는 책이 나쁜 책이라는 생각만 들지 않는다면 그냥 보게 놔두셔도 좋을 것 같아요.

 

 

빡빡한 독서 계획보다 평소 좋아하는 책으로

 

대신 엄마도 아이가 보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보통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땐 엄마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읽지만,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으면 엄마는 더 이상 아이가 보는 책을 보지 않아요. 한편으론 엄마에게 조금의 여유를 가져왔겠지만 실은 이건 아이와 엄마의 공감대가 줄어드는 거지요. 공감대가 줄었다는 건 아이와 엄마가 소통하는 길이 줄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평상시에는 아이가 바빠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적었다면 방학은 아무래도 여유가 있는 만큼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늘어나기 마련이죠. “그 책 되게 재미있더라.” 하며 엄마가 먼저 이야기를 걸어 보세요. 아이는 엄마와 책을 나눠가졌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기뻐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괜히 아이랑 부딪쳐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는 일도 적어질 테고요.

이렇게 부담 없이 책을 펼쳐드는 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지요. 책을 읽는다는 건 단지 책 속에 있는 내용을 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만약 이것뿐이라면 굳이 책을 읽으라고 할 필요도 없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좋고, 텔레비전에서 유익한 내용을 찾아볼 수도 있어요. 또 책은 책이지만 컴퓨터로 보는 전자책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책이 주는 책 읽는 느낌을 전해주진 못해요. 책을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는 느낌,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자세로든 자기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자유로움, 이렇게 저렇게 앞뒤로 넘겨가며 자기 호흡에 맞춰 보는 여유로움. 이 모든 것들이 책을 읽는 동안 몸속으로 들어와 체화되지요. 즉, 책읽기란 단순히 머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러니 방학을 맞아 좋은 책을 골고루 읽히겠다고 체계적인 독서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듯,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보게 해 주세요. 여우누이나 염라대왕이 나오는 오싹한 이야기도 좋고, 사건을 추적해 들어가는 추리물도 좋고, 과학책에만 빠져도 좋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여름은 휴가의 계절인 만큼 휴가지 이야기가 담긴 책을 함께 보는 것도 좋겠지요. 휴가를 떠나기 전에는 휴가에 대한 설렘으로, 휴가를 다녀와서는 휴가가 남긴 여운을 갖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본 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요. 즐거운 휴가의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책이 떠오르고, 그 책을 볼 때면 즐거웠던 휴가가 떠오르지요. 이렇게 해서 아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 가운데 한 권이 탄생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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