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읽기 습관, 괜찮을까요?
<유아>
Q 책을 읽을 때면 한꺼번에 책을 잔뜩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해요.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책을 읽어도 되는 걸까요? 아이가 내용도 잘 이해 못하면서 책만 많이 보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A 반복적으로 책을 읽으면 이해력이 늡니다.
이가 한꺼번에 일이십 권의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한 권을 읽어주면 읽어주기가 무섭게 다음 책을 들이밀며 계속 읽어달라고 하지요. 마치 가져온 책을 다 읽어주기 전에는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요.
엄마 입장에서는 책을 잘 보는 게 좋긴 하지만 내용도 모르면서 그냥 무조건 책만 보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책을 잔뜩 가져와 읽는 건 이 시기 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니까요.
물론 아이가 책의 내용을 잘 모르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런 경우가 더 많을 지도 몰라요. 아이는 책에서 마음에 드는 것 한 가지만 있으면 그걸 보기 위해서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까지 듣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유아기는 다독과 함께 반복이 함께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내용을 잘 이해 못하고 넘어간다 해도 계속 반복해 보는 과정에서 조금씩 새로운 부분을 이해하게 되지요.
이런 책읽기는 유아와 초등학생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유아기에는 다독을 하며 같은 책을 반복하는 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학년이 높아지면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일은 점점 줄어듭니다. 한 번 본 책을 다시 반복해서 보는 일도 줄어들고요.
다만 아이 가운데 이렇게 책을 한꺼번에 잔뜩 들고 오는 게 책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자기 싫어서, 더 놀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한두 번 정도는 아이가 하자는 대로 책을 읽어줄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제재는 필요합니다. 대신 이 제재는 아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지요. 시간이 늦었다거나, 엄마가 목이 아파서 다 읽어주기 힘들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읽어주는 책의 수도 아이랑 협의를 해서 결정해 보세요. 가져온 책 가운데 정말 보고 싶은 책을 절반 정도만 추려 보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초등>
Q 아이가 책을 볼 때 밑줄을 그어가면서 봐요. 아이가 긋는 밑줄은 문제집을 풀 때 긋는 밑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책을 이렇게 밑줄을 그으면서 봐도 괜찮은 건지요?
A 책 읽기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세요.
책을 읽다보면 밑줄을 긋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기억하고 싶은 구절, 감동적인 구절을 만날 때이지요. 밑줄을 긋는다는 건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고 그냥 책을 후르르 넘기다가도 자신이 밑줄 그은 대목이 나오면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에 이렇게 밑줄을 긋게 되는 건 아닙니다. 문학 작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밑줄을 긋지 않지요. 문학은 읽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에 따라서 읽는 것이니까요.
아이가 문제집을 풀 때처럼 밑줄을 그으며 책을 본다고 하셨는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보통 문제집을 풀거나 공부를 하면서 밑줄을 긋는 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눈이 밑줄을 긋는 연필 끝을 따라가면서 한눈을 팔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밑줄을 긋는다는 건 아이가 책에 집중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가 약간의 강박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염려도 듭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부할 때처럼 뭔가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그동안 책을 보면서 뭔가 내용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데 익숙해져서 생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즉 책이 공부의 한 과목처럼 되어 버린 것이지요.
물론 정확한 판단은 아이가 밑줄을 긋는 구체적인 상황과 모습에 따라서 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가끔씩 필요한 부분만 밑줄을 긋는 거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요. 다만 습관처럼 늘, 무슨 책을 보던지 밑줄을 긋는 경우라면 아이가 책을 좀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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