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다른 우리
(소피아 파니두 글/마리오나 카바사 그림/김혜진 옮김/다림)
손을 잡고 있는 또래의 두 아이가 있습니다.
얼핏 두 아이의 삶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살고 있는 환경은 조금 달라 보이지만 말이에요.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하고,
집에서 밥을 먹은 뒤 놀러나가고.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두 아이의 삶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일이 생기고 맙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바꿔놓습니다.
한 아이는 여전히 평화로운 삶을 이어가지만,
다른 한 아이는 난민이 되어 힘겨운 삶을 살아갑니다.
이 책은 두 아이의 삶을 펼침면 왼쪽 면과 오른쪽 면에 나누어 보여줍니다.
펼침면마다 글은 딱 한 문장!
아이들에게 너무도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는 문장입니다.
두 아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장이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아이에겐 같은 문장이라도 전혀 다른 상황이 되고 맙니다.
가장 단적인 예가 다음 두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아이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르고,
다른 한 아이는 부모님과 캠핑을 갑니다.
한 아이는 보트피플이 되어 목숨을 걸고 고국을 탈출하고 있고,
다른 한 아이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같은 문장과 대비되는 전혀 다른 상황!
아무 설명이 없어도 충분합니다.
이미 그림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것이 바로 그림책의 장점이 아닐까요?
나에겐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문장이, 다른 공간의 아이들에겐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만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는 것도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난민에 대한 책이에요.
‘평화를 꿈꾸는 난민 이야기’라는 부제도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부제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일 난민에 관한 책을 찾아본다면 이 책의 부제가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펼치기도 전, 미리 알게 된 난민이라는 주제 때문에 이 그림책의 매력이 반감되지나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작가의 마음이 담긴 장면이지요.
부디 두 아이가 이렇게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의 삶을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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