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권남희 옮김/김영사
초등학교 1학년에 퇴학을 당한 아이!
이렇게 말하면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웬만한 아인가 보군. 얼마나 문제가 심각하면 초등학교 1학년에 퇴학이야. 그 아이 부모도 골치 꽤나 아프겠어. 하긴, 아이가 그 정도면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겠지 뭐.'
물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봤자 우리 사회 극소수 사람일뿐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그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사회의 안녕 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일상의 규범과 거리가 있는 아이는 따로 떼어내는 게 좋다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니까. 또 이런 문제아가 내 아이 주변에 있는 걸 바라지도 않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수업 중에 책상 뚜껑을 백 번을 더 열었다 닫았다 하기'
'수업 중에 창가에 서서 친동야 노래를 부르기'
하긴 여러 아이를 함께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보자면 토토의 행동은 정말 골치거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토토가 왜 그랬는지를 안다면?
책상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한 건 생전 처음 본 책상이 너무나 신기했기 때문이고,
교실 창문이 1층에 있고 낮은 울타리 때문에 지나가는 친동야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면,
토토의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나 절도 있게 움직이고, 모든 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적인 성향이나 남과 좀 다른 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안 하기에 토토는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그만 퇴학을 당하고 만다.
그저 사회만 탓할 일도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 역시 사회와 마찬가지로 아이만을 탓하고, 아이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는 경우는 드문 게 현실이니까.
하지만 토토의 엄마는 달랐다. 토토를 지금의 대안학교라 할 수 있는 '도모에 학원'에 보낸다. 그리고 토토는 그곳에서 행복했다.
전철에서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도모에 학원은 규칙을 미리 정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필요에 의해 정하게 했다. 수업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여름에 수영을 할 때는 모두가 벌거벗은 채 수영을 하며 남자든 여자든 혹은 장애가 있든 모두 이상할 것도 없고 똑같은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걸 알게 해 준다.
모든 건 자유로움 속에서 이루어지고, 그곳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학생과 선생님들의 사이까지도.
이 책은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 이야기다.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도모에 학원에 들어갈 때부터 전쟁 중인 1945년 불타 없어질 때까지의 이야기가 각 에피소드 별로 2-3쪽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서술되어 있다. 아이들의 생기발랄함만큼이나 문장도 짧고 경쾌하다. 덕분에 이야기 속에 담긴 무거운 문제의식이 오히려 생동감있게(!) 다가온다.
구로야나기 데츠코는 일본에서 유명한 방송인이다. 만일 작가가 1학년에 퇴학을 당하고 도모에 학원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의 위치에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날마다 학교에서, 집에서 문제아로 찍히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생각해 본다.
이 책은 내용도 좋지만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컷의 그림이 담겨있진 않지만 반전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던 이와사키 치히로의 삽화는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리고 어른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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