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0. 6.
책은 다 좋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 중에 이것만큼 위험한 게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이 있고 없음으로만 나눈다. 마치 책이란 있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모습은 집에서,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아이가 책을 사달라고 하면 "집에 책 있잖아! 집에 있는 책 다 읽고 사! 집안에 책이 이렇게 많잖아"한다. 학교에서 학급문고를 만들 때도 "집에서 안 보는 책 있으면 한권씩 가져오세요"라는 말이 나온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는 맞춤법 틀린 책들과 다이제스트판 책이나 그 밖에 조잡한 책들이 꽂혀 있곤 한다. 이런 모습은 '책이나 다 좋은 것' '책은 다 같은것' '책이 달라봐야 그게 그거'라는 생각에서 나온다. 그리곤 무슨 책인지 모를 책이라도 아이들이 읽기만 하면 성공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떤 책이든 보기만 하면 아이들에게 다 좋은 걸까?
예를 들어 보자. 큰 서점에 가서 <톰 소여의 모험>을 검색하면 수십 가지의 <톰 소여의 모험>이 뜬다. 그렇다면 그 책들은 모두 같은 <톰 소여의 모험>일까 일단 분량도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글씨 크기까지 따지자면 분량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분명 이상해 보인다. 여기다 번역의 문제, 삽화의 문제, 편집의 문제 등 생각할 거리는 많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그 중에서 괜찮은 <톰 소여의 모험>은 몇권뿐이다. 하지만 대부분 <톰 소여의 모험>이 있는지 없는지 혹은 읽었는지의 여부에만 관심을 가질 뿐 어떤 <톰 소여의 모험>이 있는지 혹은 읽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때로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할인이 많이 되는 책'이 되기도 한다. 어차피 비슷비슷한 책인데 기왕이면 할인이 많이 되는 책을 고르면 훨씬 경제적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내용은 뒷전에 둔 채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책을 갖다놓고 꼼꼼히 견줘가며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럼 지금까지 같아 보이던 책이 조금은 달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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