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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책으로부터 즐거운 감동 얻기

by 오른발왼발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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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9. 1.

 

책으로부터 즐거운 감동 얻기


방학이면 늘 책을 읽고 독후감상문 몇 편을 써오라는 숙제가 나오곤 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숙제다. 나는 이 숙제가 꽤나 곤혹스러웠던 것 같다. 책 읽는 걸 무척이나 좋아해서 집안에 있는 책들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당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던 단행본을 찾아서 동네 서점을 들락날락했던 나지만,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것과 독후감상문을 쓰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했다.
그래서 결국 숙제를 할 때면 내가 읽었던 책의 감동과는 상관없이 숙제를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형식적으로, 벼락치기로 해서 내곤 했다. 그 결과 나오는 독후감상문은 내가 읽었던 책의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진, 때론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30년이나 지난 지금 아이들의 글에서도 그때의 내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줄거리, 느낀 점’ 이런 식으로 고정된 독후감상문은 많이 사라지고 독후감상문의 형식도 다양해졌지만 그 내용만은 크게 변함이 없다. 가끔은 책을 읽고 쓴 사람이 아이가 아니라 선생님이나 부모님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의 주인공 아이가 말썽꾸러기일 경우는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한다. 지각을 한 아이한테는 지각을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옷을 자기 맘대로 입어내는 아이한테는 옷은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며 충고를 한다.
반면 모범적인 아이가 주인공일 경우는 주인공에게 일방적으로 존경스러움을 표하기 바쁘다. 장애가 있는 친구의 가방을 일년 동안 계속 들어다줘야 하는 아이의 마음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무조건 ‘훌륭해!’를 연발한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나 모범생 주인공을 보는 눈은 같은 친구로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잣대에 맞춰있다. 이건 책을 읽을 때의 아이들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책을 읽을 때 따로, 독후감상문 쓸 때 따로가 되고 마는 분위기 탓이라고나 할까.
이건 아마 독후감상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독후감상문은 꼭 써야 하는 것!’ 이쯤에서는 벗어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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