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와 함께 한 책읽기의 경험을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쓴 책입니다.
2010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아쉽게도 2024년 현재 절판된 상태입니다.
대신 이곳에 책 전부를 차례 차례 올려보려 합니다.
[머리말]
아이와 함께 책 읽는 기쁨을 누려요
언젠가 한 유치원에 갔을 때였습니다.
유치원 벽면을 쭉 둘러 가며 아이들이 쓴 무언가가 붙어 있었어요.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답이었어요.
그런데 그 답이 저에겐 다소 충격을 안겼어요.
“책을 안 읽으면 바보가 되기 때문에.”
“공부를 못 하게 되니까.”
아이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그 대답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명도요. 아직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이렇게 책과 공부를 하나로 생각하고 있나 싶어 씁쓸했어요.
물론 이 대답이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대변하는 건 아닐 거예요. 선생님의 질문에 빨리 답하려다 보니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책을 볼 때의 느낌이 미처 떠오르기 전에 말이에요.
이 책은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책을 읽고 자란 우리 아이의 성장사이기도 해요. 어찌 보면 다분히 개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아이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결국 아이들은 다 같으니까요.
저는 결혼에서 아이를 낳기 전에 어린이 책을 먼저 만났어요.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제가 어린이 책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고마운 곳이지요.
제가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 책 사이트 오른발왼발(www.childweb.co.kr : 지금은 https://childweb.tistory.com에서 계속 이어갑니다)도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1994년 가을부터 2006년 초까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공부했지요.
덕분에 저는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아주 행복했어요. 이론서에서 보았던 내용을 아이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반응을 통해 제가 알고 있던 어린이 책의 세계가 더욱 풍부해졌어요. 책을 통해 아이와 공유하는 것이 점점 많아졌고, 아이와 저 사이의 교감은 책을 읽을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이어졌어요.
물론 때로는 책을 읽어주느라 목이 자주 쉬었고, 그래서 가끔은 언제쯤 책을 읽어주는 일에서 벗어나게 될까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어요. 책을 통해 아이와 느끼는 행복은 곧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으니까요.
날마다 책을 읽어주던 일도 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거의 사라졌어요. 그래도 아이랑 사이가 조금 멀어진 듯싶을 땐 우리는 함깨 책을 읽지요. 그럼 아이와 저는 다시 아주 아까워져요.
머리말을 쓰면서 저는 옆에 있는 아이에게 물었죠
“너, 책을 왜 읽어?”
“책? 우리가 사는 세상이 3차원이잖아. 그런데 책을 보면 3차원뿐 아니라 4차원, 5차원, 6차원도 볼 수 있잖아. 기분이 좋아지고.”
아이의 대답에 저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도 제가 유치원에서 봤던 그런 대답을 하지나 않을까 조금은 불안했거든요. 다행히도 아이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확실히 아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아이의 책읽기 덕분에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저와 아이가 함께 했던 책읽기의 경험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 책은 아이가 없었더라면,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갖지 못했더라면, 결코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쓴 거나 다름없답니다.
2010년 봄, 지은이 오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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