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궁금하다면!
‘고래’하면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들어요.
물론 고래의 종류가 워낙 많고, 고래의 종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에요.
요즘엔 사라졌지만, 제가 어렸을 땐 ‘돌고래 쇼’라는 걸 했어요. 귀여운 돌고래의 재주에 놀라서 손뼉을 쳤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해요. 돌고래가 사람들을 위해 그 재주를 익히느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는 생각지도 못하던 시절이었어요.
그 시절, 저에겐 ‘고래=돌고래’라고 할 수 있었어요.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돌고래 아닌 다른 고래의 존재를 몰랐던 건 아니에요. 피노키오가 고래에게 꿀꺽 삼켜지는 장면도 알고 있었고, 고래가 등 위로 물을 내뿜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건 제가 돌고래에 대해 갖고 있던 선명한 이미지에 가려졌던 것 같아요. ‘고래=돌고래’라는 인상이 오랫동안 남았던 걸 보면 말이에요.
돌고래 아닌, 다른 많은 고래들에 대해 알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었어요.
고래는 참 신비한 동물이었지요. 고래가 땅에서 물로 돌아간 동물이라는 사실도 그랬고, 커다란 고래가 크릴새우 같이 그렇게 작은 걸 잡아먹는 것도 그랬어요. 게다가 아주아주 멀리 떨어진 다른 고래들하고 초음파를 이용해 서로 대화를 한다는 사실도 아주 놀라웠어요. 또 고래가 일정한 패턴으로 서로 의사전달을 하고 있고, 그 소리는 마치 고래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는 사실도 신비하기만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고래에 대해 많은 걸 알게 해 준 책을 만났어요.
《대왕고래》(안드레아스 셰른샤우겐 글/리네 렌슬레브로텐 그림/여유당)란 책이예요.
책 제목만 봤을 땐 고래의 한 종류인 대왕고래에 관해서만 나올 것 같았어요. 하지만 대왕고래를 통해 고래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준 책이었죠. 아마 차례를 보면 그 까닭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이야기는 대왕고래의 출생과 성장에서 시작하죠. 이 과정에서 대왕고래에 대한 기본 정보들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곧 대왕고래의 아주 먼 조상 이야기, 그러니까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서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죠. 또 인간들의 사냥으로 하마터면 멸종당할 위기에 처했던 시절의 이야기도 들려주고요. 즉 고래의 역사를 훑어준다고 할 수 있죠.
그러고 나면 다시 앞서 태어났던 대왕고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요. 앞부분이 성장 과정에 맞춰졌다면 이번엔 독립하는 대왕고래를 만날 시간인 거죠.
더는 어미의 젖이 필요 없게 된 새끼 대왕고래는 어미와 다른 길을 가요. 그 신호는 어린 대왕고래가 눈 붉은 똥에 바다가 붉게 물드는 순간이래요. 붉은 똥은 어린 고래가 젖이 아니라 대왕고래의 먹이인 크릴새우를 먹고 소화를 시켰다는, 즉 혼자 먹이 사냥을 할 줄 알게 됐다는 신호라고 해요. 이 책의 시작 부분이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에요. 앞에서 어른 대왕고래의 먹이는 크릴이라는 설명과 함께 크릴을 사냥하는 방법이 나오거든요. 한꺼번에 바닷물과 함께 크릴 떼를 삼키는 장면에서 대왕고래의 입 주위가 붉게 물들었어요. 그러다 이번엔 아기 대왕고래가 독립을 하며 눈 붉은 똥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거죠. 뭔가 앞뒤가 딱 들어맞는 느낌이에요.
대왕고래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이 참으로 많은 걸 느끼게 해줘요. 특히나 인간의 가혹한 고래 사냥이 이들을 어떻게 멸종 위기로 몰고 갔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 그나마 요즘엔 멸종 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대왕고래에 관한 모든 것’이라 해서 대왕고래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이전까지의 내용이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형식이었다면, 이 부분은 그야말로 정보만 딱 제공하고 있어요. 대왕고래에 대해 궁금하다면 핵심적인 이 부분만 찾아볼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이번에 이 책말고도 《사소한 고래책》(김은정 글, 그림/한권의책)을 함께 봤어요. 이 책의 부제는 ‘고래가 들려주는 지구와 생명의 진화 이야기’죠. 앞서의 책이 대왕고래에 중점이 맞춰있다면, 이 책은 고래 자체에 중점이 맞춰있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조금 많이 실망했던 책입니다. ‘사소한’이란 말이 붙기엔 내용도 너무 많았고(글과 그림 모두), 복잡하고 혼란스러웠어요. 정보는 체계 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같은 내용이 반복되어 나오고 있었어요.
또 견주는 방식도 좀 의아했죠.
이 책에서는 고래와 다른 물고기와 구별되는 여러 특징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크기(16쪽)라고 말해요. 흔히 물고기와 구별되는 특징이라 하면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라는 점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만약 ‘눈에 띄는’을 강조하기 위해서 ‘크기’라고 말한 것이라면 물고기하고만 견줘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았고요.
또 바다에서 살았던 고래의 화석이 산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땅이 움직였기 때문(44-45)라고 말해요. 초기의 고래 화석은 히말라야 근처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발견되는데, 예전에는 이곳이 바다였다고요. 하지만 앞에선 이곳에 살았던 파키케투스는 바다가 아닌 강이나 호수에 몸을 숨기고 살던 종류였다고 말하고 있어요. 바다랑은 상관없이요.
과연 ‘사소한’이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어요. ‘사소한 정보를 이것저것 정신없이 쌓아둔 걸까?’ 싶기도 했어요.
만약 앞으로도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꼭 필요한 정보만 간추려서, 누구나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정보책으로 진화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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