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궤가 궁금하시다면?
조선왕실의 보물 의궤 – 정조 임금님 시대의 왕실 엿보기
유지현 글/이장미 그림/토토북/2009년 초판
푸른 비단옷을 입은 책 – 외규장각 어람용 의궤
박혜선 글/정인성, 천복주 그림/한울림어린이/2025년 초판
흔히 우리는 ‘기록의 민족’이라 불려요.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에요.
다 파괴되어 다시 만든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기록 덕분이었어요. 사실 지금의 화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크게 파괴되었던 것을 다시 지은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유네스코는 처음엔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수 없다고 했대요. 그러자 우리나라에서는 《화성성역의궤》란 책을 보여줬어요. 이 책은 화성을 건설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자세히 글과 그림으로 남겨놓았고, 새로 건설한 화성은 이 책과 똑같았기 때문이에요.
《화성성역의궤》에서 ‘의궤’란 글과 그림으로 남겨놓은 기록한 책을 말해요. 즉 《조선왕조실록》같은 기록들과 달리 의궤는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이에요. 이처럼 그림으로 기록을 남겼던 건 의궤로 기록된 내용은 왕의 결혼식, 궁중잔치 등 왕실에서 거행된 중요 행사를 기록하기 위해서였어요. 덕분에 후에 같은 행사를 치를 때는 의궤에 남겨진 그림을 참고해서 헤매지 않고 같은 방식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었지요. 또 지금 우리는 당시의 행사의 생생한 모습을 엿볼 수 있고 말이에요.

《조선왕실의 보물 의궤》에는 ‘정조 임금님 시대의 왕실 엿보기’란 부제가 써 있어요. 이는 이 책이 정조 임금님 시대의 의궤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의궤가 가장 많이 만들어진 시기였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서는 모두 일곱 권의 의궤를 소개하고 있어요.
- 왕의 탄생 : 정종대왕태실가봉의궤
- 왕의 활쏘기 : 대사례의궤
- 왕의 결혼 :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 왕의 제사 : 종묘의궤 · 경모궁의궤
- 왕의 건축 : 화성성역의궤
- 왕의 행차 : 원행을묘정리의궤
- 왕의 죽음 : 정조국장도감의궤
정조의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가 차례로 담겨 있는 셈이지요.
소개된 의궤를 따라가다 보면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져요.
또 의궤의 대단함이 느껴져요.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도 의궤의 우수성을 인정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이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의궤 가운데 일부는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에 가 있어요.
1866년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던 어람용 의궤 297책을 약탈해갔기 때문이죠. 물론 이 의궤들은 2011년 반환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기도 했어요. 문제는 ‘5년 단위 임대’라는 명목이라는 사실이죠.

《푸른 비단옷을 입은 책-외규장각 어람용 의궤》는 강화도 외규장각 의궤가 어떻게 프랑스로 건너가게 됐고, 어떻게 해서 ‘5년 단위 임대’라는 명목으로나마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에요.
‘어람용 의궤’란 일반적인 보관용 의궤가 아니라 특별히 ‘국왕에게 올리는 의궤’를 말해요. 그래서 다른 의궤와 달리 초록색 비단 표지에, 황동장식을 하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이 ‘푸른 비단옷을 입은 책’인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원래 어람용 의궤는 창덕궁 규장각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1782년 강화도 외규장각으로 옮겨왔어요. 혹시라도 사고가 나서 의궤가 불에 타거나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어요. 이 책의 면지는 강화도로 의궤를 옮겨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사고는 강화도에서 일어났어요. 1866년 프랑스가 강화도에 쳐들어오면서(병인양요) 외규장각에 있던 어람용 의궤를 비롯해 많은 책을 가지고 갔어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1975년, 박병선 박사는 우연히 프랑스 어느 도서관 낡은 창고에서 어람용 의궤를 발견했지요. 이후 의궤 반환 운동이 펼쳐졌어요. 하지만 프랑스는 ‘프랑스에 들어온 문화재는 프랑스의 것’이라며 돌려주는 걸 거부했어요. 지리한 협상이 계속됐고, 결국 어람용 의궤는 ‘5년 단위 임대’의 형식으로 우리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지요.
생각하면 할수록 몹시 화가 나요. 프랑스에서 제멋대로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를 임대라는 형식으로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무엇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강화도 외규장각 어람용 의궤(297책)는 다른 의궤들과 달리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못했다는 사실이지요. 의궤의 주인이 프랑스라는 이유 때문에요.
이 책은 이 모든 과정을 어람용 의궤의 목소리로 들려줘요. 자신이 어떻게 약탈을 당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어두운 낡은 창고에서 견디었는지, 박병선 박사가 자신들을 알아봐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이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부풀은 마음을 누르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쩌면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어람용 의궤의 목소리에 감정을 담아서 풀어내고 있기에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화자가 특정한 하나의 의궤가 아니라 ‘우리’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어람용 의궤들이었기에 조금은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긴 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선택이었다고 여겨져요.
같은 맥락에서, 이 책에서 어람용 의궤의 상징물처럼 표현되어 있는 사신(청룡, 현무, 주작, 백호)과 방상시는 어람용 의궤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상징물이라 여겨졌어요. 하지만 주목도를 높여주는 그림임은 분명했어요. 그러니 이 역시 단점이자 장점이 있어 보였고요.
혹시 의궤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릴게요.
참, 그런데 만약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구입하시게 된다면 《푸른 비단옷을 입은 책》은 초판본이 아닌 2쇄 이후에 나왔는지를 꼭 확인해주세요. 1쇄에는 4쪽 분량의 정보 페이지가 빠져 있거든요. 아무래도 정보 페이지가 이야기에서 비어있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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