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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08년 3월] 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by 오른발왼발 201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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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저는 개를 기르고 싶은데, 엄마가 못 기르게 해요.”

 

딸아이는 벌써 몇 년째 개를 기르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하곤 해요.

요즘에는 개를 기르는 사람이 참 많아요. 아이를 키우듯 지극한 정성으로 개를 기르죠. 그래서일까요? 예전에는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개 주인’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스스로 ‘개의 엄마 아빠’라고 하죠. 개의 입장에서는 진짜 엄마와 떨어져 사람을 엄마로 맞이한 셈이에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본 적 있나요? 과연 그 개들도 행복할까 하고 말이에요. 개와 말이 통하면 물어보면 좋겠죠? 그래서 개의 입장에서 쓰인 책을 골라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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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도 사람이 썼으니, 개가 진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요. 하지만 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줄 거예요.

 

 

 

『새끼 개』(낮은산)는 젖을 뗄 때쯤 팔려 간 새끼 개의 이야기예요. 새끼 개는 아이가 둘 있는 집으로 팔려 갔어요. 아이들은 새끼 개를 무척 예뻐했지요. 새끼 개를 안아 주고, 번쩍 들어올려 비행기도 태워 주고, 욕조에 넣어 수영도 시켰어요. 아이들은 새끼 개를 데리고 노는 재미에 푹 빠져 새끼 개의 마음은 미처 몰랐지요. 자신들이 재미있으면 개도 재미있어 한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새끼 개는 그저 무섭고 힘들 뿐이었지요. 새끼 개가 아무리 왈왈 짖고 발버둥을 쳐도 아이들은 새끼 개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려움에 떠는 새끼 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컹컹 짖어 대는 것뿐이었죠. 제발 자신을 가만 내버려 두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그 말을 알아들을 리 없죠. 그저 새끼 개가 성질이 못되고 사납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예뻐해 주는데도 사납게 짖기만 한다며 새끼 개를 괘씸하게 여겼죠. 결국 새끼 개는 아이들 집에서도 내쫓겨 팔려 가요.

 

64쪽밖에 안 되는 짧은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해요. 도망쳐 떠돌이 생활을 하던 새끼 개는 어느덧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찾아가요. 아파트 앞에서 우연히 옛 주인인 아이들을 본 새끼 개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다 그만 차에 치어 죽어요. 길 건너에 있던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새로 산 새끼 개를 안고 기뻐하고 있죠.

마지막 장면에 새끼 개가 옛 주인과 반갑게 만날 거라는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어요. 그리고 이런 의문이 들었지요. 과연 ‘아이들이 새끼 개를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에요. 정말 아끼고 사랑했다면 새끼 개가 느꼈을 두려움을 ‘이해’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새끼 개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분위기를 바꿔 좀 더 유쾌한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까보 까보슈』(문학과지성사)는 프랑스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예요. 프

랑스 사람들의 개에 대한 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유난스럽죠. 제목인 ‘까보 까보슈’는 개를 친근하게 부르는 프랑스 말이래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개’예요. 그게 이름이에요.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도 하나같이 별나요. 후추 여사, 노루 씨, 사과……. 모두 주인공인 개가 멋대로 붙여 준 이름이죠.

 

이야기는 이래요. 개는 너무 못생겼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어요. 그 뒤로 시련의 연속이었지요. 그나마 ‘시컴댕이’라는 개와 쓰레기장에서 지내던 때는 행복했어요. 시컴댕이가 죽자 개는 주인을 찾으러 도시로 떠나요. 개가 자신의 마음에 맞는 주인을 찾으러 길을 떠나다니!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굉장히 건방진 개라고 볼 수 있지요.

주인을 찾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어요. 떠돌이 개를 잡아 가두는 ‘개 수용소’에 잡혀가 죽을 뻔한 날도 있었지요. 드디어 ‘사과’라는 여자아이가 주인이 되었지만 불행은 끝이 아니었어요. 사과는 여느 아이들처럼 변덕쟁이였거든요. 호기심에 개를 데려오긴 했지만 그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죠. 심지어 개를 돌보라는 말에 대뜸 “개? 어떤 개 말야?”라고 하지 뭐예요?

 

그래요, 사과는 개와 함께 지낼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 개가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하루 종일 갇혀 있을 때 어떤 기분일지도 몰랐고, 왜 매일 산책을 시켜 줘야 하는지도 몰랐죠. 사과는 자기가 놀고 싶을 때에만 개한테 손을 내밀었어요. 사과의 부모님인 후추 여사와 노루 씨마저 개를 끔찍이 싫어했지요. 하지만 개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들고 일어나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바탕 통쾌한 복수를 펼쳐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개는 사람과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아 가요. 개와 사람은 누가 누구를 길들이는 관계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개에게 사람은 주인이 아니라 ‘친구’라는 걸 말이에요.

개와 사람은 1만 년이 넘는 긴 세월을 함께 살아왔어요. 오래된 친구처럼. 친한 친구라고 해서 내 기분대로 맞춰 주기만을 원하거나, 반대로 친구 기분에 무조건 맞추며 지낼 수는 없잖아요. 개를 키우고 싶은 친구들은 개를 무조건 복종하도록 길들이기보다 친구로 받아들일 준비부터 해야 할 거예요.

 

 

『새끼 개』(박기범 글, 낮은산/절판)

『까보 까보슈』(다니엘 페나크 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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