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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08년 5월] 영어랑 한판 붙어 볼까요?

by 오른발왼발 201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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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랑 한판 붙어 볼까요?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딸은 영어를 부담스러워 해요. 숙제를 할 때도 영어는 늘 뒷전이죠. ‘영어 몰입 교육’이란 말이 자주 나왔을 때에도, 딸은 마구 화를 내곤 했어요. “영어를 좀 못해도 다른 것을 잘하면 되지.” 하면서 말이에요.

저도 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영어만 잘한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영어에만 신경 쓰느라 정말 필요한 것들을 놓치는 일도 많죠. 그렇다고 딸에게 영어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말은 못 해요. 학교 공부 때문이 아니라, 어른이 될수록 영어가 꼭 필요했던 경험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어차피 영어를 해야 한다면 좀 더 신나고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 하고 말이에요. 오늘은 색다른 방법으로 영어와 친해진 친구들을 소개해 줄게요.

 

 

책장 넘기기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들도 영어 때문에 무척 힘들어 해요. 한 명은 영국 친구이고, 한 명은 프랑스 친구라서, 우리보다 영어를 배우기 쉬워 보이는데도 말이죠. 아무래도 영어는 세계 모든 나라 아이들에게 골치 아픈 과목인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두 친구들은 아주 즐거운 방법으로 영어랑 친해지죠.

 

 

 

『클라리스 빈의 영어 시험 탈출 작전』(국민서관)에 나오는 클라리스 빈은 아무리 얌전히 있으려 해도 쉴 새 없이 말썽에 휘말리는 친구예요. 게다가 철자법 실력은 아주 엉망이죠. 클라리스 빈은 유(YOU)가 왜 그냥 유(U)가 아닌지, 와이(WHY)는 왜 그냥 와이(Y)가 아닌지가 무척 궁금하기만 해요. 철자법 말고도 기억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아서, 골치 아픈 철자법을 외우는 일은 쓸데없다고 생각하죠.

문제는 윌버턴 선생님이 철자법 경연겨루기 대회를 연다는 점이에요. 이 대회는 보통 시험과는 달리 선생님이 불러 주시는 낱말을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철자로 대답해야 하죠. 철자법을 제대로 몰랐다가는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마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클라리스 빈이 불만을 터뜨린다 해도 철자법 경연 대회 날짜는 다가와요.

클라리스 빈은 경연 대회 날, 아무 말도 못 하고 멀뚱멀뚱 서 있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사전이랑 놀기’예요. 클라리스 빈은 사전을 펼쳐 단어 하나하나를 훑어보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펼친 곳은 ‘큐(Q)’ 자 부분이죠. 여기가 가장 얇아서 부담이 적으니까요. 그런데 따분할 것 같았던 이 일이 뜻밖에 재미있는 거예요! 클라리스 빈은 사전을 보면서 흥미로운 낱말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죠. 사전에서 찾은 큐(Q) 자가 들어간 낱말로만 줄줄이 말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아, 물론 클라리스 빈이 단어를 통째로 외웠던 아니에요. 다만, 정확한 철자를 아는 것보다는 풍부한 어휘력낱말을 마음대로 부리어 쓸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운 거예요. 이번 일로 작가가 되고 싶은 클라리스 빈은 그 소망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되고요. 참, 철자법 경연 대회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호호,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해요.

 

 

 

 

『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문학과지성사)는 제목부터 아주 흥미로워요. 그 비결이 뭔지 빨리 알고 싶어지는걸요.

주인공 까모의 영어 점수는 바닥이에요. 20점 만점에 3점! 까모와 엄마는 내기를 해요. 한 직장에서 2주일도 못 버티는 엄마가 새 직장에 취직을 해서 계속 다니면, 까모는 3달 만에 영어를 다 배우기로 말이죠. 3달 만에 영어를 다 배우다니! 이건 아무래도 까모에게 불리한 내기인 것 같지만 까모는 이 내기를 기꺼이 하기로 해요. 엄마가 3달 이상 회사에 다닐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까모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요. 엄마는 계속 직장에 다녔고, 까모는 영어 공부를 하게 됐으니까요. 엄마가 추천한 영어 공부 방법은 ‘펜팔편지를 주고받으며 사귀는 벗 사귀기’예요. 물론 까모의 영어 실력은 형편없기 때문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죠.

그런데 가만 보니 까모랑 펜팔을 하는 친구의 편지가 아주 이상해요. 1700년대에나 쓰였을 밀랍벌집에 쓰이는 끈적끈적한 물질 봉인단단히 붙인 자리에 도장을 찍음, ‘조지 3세’라는 왕의 스탬프,편지에 찍힌 도장 수수께끼 같은 내용으로 가득 찬 편지. 까모의 펜팔인 ‘캐서린 언쇼’는 적어도 2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었어요!

까모는 펜팔에 빠져 들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까모의 펜팔을 도와주던 친구는 이상해져 가는 까모를 구해 내려고 수수께끼를 파헤치기 시작해요.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동화는 추리 소설처럼 흘러가죠. 그럼 까모의 영어 성적은 어떻게 됐냐고요? 책 제목처럼 반에서 영어 점수가 최고가 돼요.

힘들고 어려운 영어 공부이지만, 때로는 그 속에서 뜻밖의 흥미로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클라리스 빈과 까모, 이 두 친구처럼 그 길을 꼭 한번 찾아보세요.

 

 

『클라리스 빈의 영어 시험 탈출 작전』(로렌 차일드 글․그림, 국민서관/절판)

『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다니엘 페나크 글, 장 필립 샤보 그림, 문학과지성사/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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