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빠져 있진 않겠죠?
지난해에 힘든 결심을 했어요. 온 가족이 텔레비전을 안 켜고 살기로 말이에요. 그 대신 주말에는 보고 싶은 디브이디(DVD)를 맘껏 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심심하지 않더라고요.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고 조르는 사람도 없어 텔레비전 안 보기 실천은 매우 순조로워 보였죠.
문제는 이사를 하면서였어요. 텔레비전의 안테나선을 꽂은 게 화근불행한 일의 원인이었어요. 텔레비전을 켠 김에 오랜만에 잠깐 보기로 했죠. 일단 텔레비전을 켜자 쉽게 끌 수가 없었어요. 무척 보고 싶었던 거라서, 유익한 프로그램이라서……. 텔레비전을 봐야 할 핑계는 끝도 없었지요. 이제 다시 습관처럼 텔레비전을 켜고 있어요. 텔레비전에 푹 빠져 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다가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났어요. 텔레비전에 빠지다 못해 진짜로 텔레비전 속에 들어 가 버린 두 아이의 이야기이지요. 두 아이는 왜 텔레비전에 들어가게 됐을까요?
책장 넘기기
『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주니어김영사)에서 ‘지프’가 텔레비전에 들어가게 된 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어요.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갑자기 다리가 근질근질해지더니 순식간에 텔레비전 속에 거꾸로 곤두박질치고 만 거예요. 예전에도 지프처럼 텔레비전에 빠져 버린 경우가 있었대요. 밤낮으로 텔레비전만 붙들고 살아서 생긴 병이지요.
이런 경우 치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요. 환자가 있는 텔레비전 앞에 새 텔레비전을 놓아두는 거지요. 그럼 환자는 새 텔레비전이 보고 싶어서 텔레비전에서 튀어나오는데, 새 텔레비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동시에 두 텔레비전을 끄면 되는 거래요. 지프에게도 이 방법을 써요. 하지만 결과는 실패! 새 텔레비전을 끄지 못해 지프는 새 텔레비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 거예요. 그리고 곧 지프는 사라져 버리죠.
지프는 텔레비전에 빠지면서 전자파가 되어요. ‘지프-파’가 되자 텔레비전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빛의 속도로 갈 수 있죠. 내시경몸속을 관찰하는 기계의 텔레비전 화면은 물론이고, 감시 카메라에 나타나기도 해요. 나중엔 인공위성에 있는 텔레비전에까지 가요. 이제 지프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요. 지프를 지구로 데려오기 위해서 말이죠. 과연 어떤 방법으로 지프를 구해 낼까요?
처음 이 책을 읽고는 전혀 색다른 내용이라 깜짝 놀랐어요. 제목만 보고는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봐서 혼쭐나는 이야기로 짐작했거든요. 조금 황당하게 보이는 지프의 모험이지만 정말 흥미진진하지요. 우리 친구들도 직접 텔레비전 속에 빠져 이런 모험을 겪고 싶은가요? 지프는 어떠냐고요? 아마 텔레비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걸요.
『텔레비전 속 내 친구』(비룡소)의 ‘안톤’도 텔레비전을 즐겨 보던 아이예요. 하지만 텔레비전이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엄마 아빠는 늘 싸우느라 안톤에게 신경도 쓰지 않죠. 친구도 없고요.
어느 날, 안톤은 텔레비전 속에 살고 있는 ‘칼’ 아저씨를 만나요. 아저씨는 엄마 아빠와 달리 안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죠. 아저씨는 멋진 친구예요. 안톤은 리모컨의 ‘파란 단추’를 누르면 언제든지 아저씨를 만날 수 있어요. 아저씨는 안톤의 숙제도 도와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죠. 덕분에 안톤은 성적이 부쩍 올라요. 하지만 아무도 안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칼 아저씨만 빼고요. 아저씨는 안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텔레비전에서 나와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해요. 밖으로 오래 나와 있으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이제 안톤은 칼 아저씨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어요.
안톤은 칼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아요. 딱 한 사람, 할머니에게만 말해요. 할머니는 텔레비전 속에 사람이 산다는 사실에 놀라기는커녕 칼 아저씨와 금방 친구가 되죠. 할머니는 안톤처럼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분이에요. 안톤의 아버지는 늙은 어머니를 짐스러워귀찮고 부담스러워 하거든요. 드러내 놓고 구박을 하기도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안톤이 할머니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져요. 두 사람이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 버린 거예요. 『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의 지프와는 달라요. 지프는 늘 텔레비전을 끼고 살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 빠지게 됐지만, 안톤이랑 할머니는 스스로 텔레비전 속으로 걸어 들어간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두 사람이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그리고 안톤이랑 할머니는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요?
엄마한테 이런 핀잔을 들어 본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아예 텔레비전 속에 들어가지 그러니?” 하고 말이에요. 정말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의문이 든다면, 당장 오늘 소개한 책을 펴 보세요.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훨씬 나긋나긋해질걸요?
『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잔니 로다리 글, 페프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절판)
『텔레비전 속 내 친구』(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 유타 바우어 그림, 비룡소 펴냄/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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