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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08년 7월] 표류, 새로운 세상과 만나다

by 오른발왼발 201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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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새로운 세상과 만나다

 

 

 

‘바다’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선생님이 우리 친구들 나이였을 땐 신나는 여름 바다만 떠올렸던 것 같아요. 그때만 해도 바다에서 즐기는 피서가 최고였거든요. 바다는 일 년에 한두 번 가 볼까 말까 한 곳이었죠.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고요.

바다의 모습이 조금은 무섭게 다가온 건 『로빈슨 크루소』나 『15소년 표류기』 같은 책을 보면서였어요.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갔다가 거친 파도와 바람에 휩쓸려 표류물 위에 떠서 정처 없이 흘러감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읽었던 책 가운데 바다로 나갔다가 표류를 당하는 이야기가 유난히 많았네요. 『신밧드의 모험』도 그랬고, 『걸리버 여행기』도 그랬지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표류를 하며 온갖 어려움을 겪어요. 목숨을 잃을 위기도 여러 번 넘기죠. 이상하게도 이런 책들에 끌리곤 했어요. 이들이 표류해서 도착한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표류는 두렵긴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던 거지요. 콜럼버스도 표류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메리카라는 대륙이 있다는 걸 몰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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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 보면 많고 많은 표류 이야기 가운데 우리 것이 보이지 않네요. 우리나라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그럼 바다로 나갔다가 표류하는 일도 종종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나라의 표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해요. 소개하는 두 책은 모두 실제로 표류를 경험했던 옛사람의 기록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랍니다.

 

 

 

 

 

『별난 양반 이선달 표류기』(웅진주니어)에 나오는 이선달은 괴짜 아버지를 두었어요. 그의 아버지는 땅은 둥글다고 믿으며 살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지요. 아, 그땐 조선 시대였는데, 세상이 네모지거나 평평하다고 믿었거든요.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 뒤로 이선달의 아버지는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요. 아들에게도 세상에 나서지 말라고 하죠. 그 때문에 이선달은 과거에 합격하고도 집 안에서 책만 읽으며 지내야 해요.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선달은 아버지의 말씀이 옳다는 걸 밝히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요.

하지만 배를 타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에요. 뱃사람들은 먼 바다로 나가고 싶어 하질 않아요. 먼 바다 끝은 낭떠러지여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믿던 시절이니까요. 겨우 겨우 얻어 탄 배는 부산에서 강릉까지 가는 화물선이죠.

하지만 이선달에게 기회가 찾아와요. 잠잠하던 바다에 큰 바람이 불면서 높은 파도에 휩쓸린 거예요. 그래요, 이선달은 표류를 하게 된 것이죠. 무서워 벌벌 떠는 뱃사람들과 달리 이선달은 싱글벙글이에요. 뭍에서 이렇게 멀리 와도 배가 떨어지지 않은 걸 보면 땅이 둥근 게 맞는 거라면서 말이에요.

이선달 일행이 천신만고천 가지 매운 것과 만 가지 쓴 것. 온갖 어려운 고비를 다 겪으며 심하게 고생함 끝에 도착한 곳은 지금의 북해도일본의 홋카이도 어디쯤이에요. 그땐 이곳에 일본 사람들과는 다른, ‘아이누’라 불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아이누들은 생김새가 무서워 보였죠. 얼굴도 우락부락하고 맨발에 짐승 가죽으로 만든 털옷을 입고 있고요. 과연 이선달 일행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조선 영조 때 살았던 ‘이지항’이라는 사람이 쓴 『표주록』을 바탕으로 썼어요. 실제로 이지항은 일본에까지 표류해 갔다가 1년여 만에 돌아와 『표주록』을 썼다고 해요. 책 뒤에 실린 『표주록』의 내용과 견주어 가며 읽어 보세요. 더욱 흥미롭답니다.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푸른숲)의 주인공인 ‘최부’는 조선 성종 때 사람이에요. 실제 인물이죠. 그를 왜 ‘동방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의 마르코 폴로’로 부르냐고요? 이탈리아 사람인 마르코 폴로는 20년 넘게 원나라중국에 있던 나라와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을 『동방견문록』이라는 책으로 썼지요. 최부도 중국에서 보고 들은 걸 책으로 남겼어요. 바로 『표해록』이란 책이죠.

『표해록』은 『동방견문록』과 더불어 ‘중국의 3대 기행문’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중국어뿐 아니라 일본어, 영어로도 책이 나왔을 정도이죠.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는 『표해록』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최부의 이야기랍니다.

최부는 제주도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풍랑을 만나 표류해요. 43명의 최부 일행은 세찬 파도와 싸우고 빗물로 배고픔을 달래며 떠돌아요. 심지어 도적 떼를 만나 옷가지마저 몽땅 털리죠. 운 좋게 명나라중국에 있던 나라에 닿아 이젠 살았다 했더니, 왜구로 몰려 갖은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겨우 조선의 관리라는 걸 인정받고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 길도 만만치 않아요. 이번엔 뱃길이 아닌 육로로 가야 하거든요. 정말 산 넘어 산이네요. 하지만 최부 일행은 반년 만에 조선으로 무사히 돌아온답니다.

어때요? 우리에게도 이선달과 최부 같은 모험가가 있었다는 게 참 흥미롭지 않나요? 이번 여름, 바다엔 못 가더라도 표류 이야기에 푹 빠져 보세요.

 

『별난 양반 이선달 표류기』(김기정 글, 이승현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김성미 글, 최용호 그림, 푸른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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