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야기입니다
(댄 야카리노 글, 그림/유수현 옮김/소원나무)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저도 이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 중의 하나지요.
이야기란 소통을 위해 기본적인 언어를 내뱉는 것과는 다릅니다. 문장들이 서로 관련성을 갖고 이어지면서 하나의 일관된 내용으로 이어져야 하지요. 이렇게 생각할 때 지금 우리의 거의 모든 생활은 이야기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냥을 갔던 이야기, 채집을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 등 아주 일상적인 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별자리를 보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야기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요.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에 관한 책입니다.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역사에 대해서요.
사람들 사이에 입으로만 전하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림으로 남겨지기도 하고, 글자로 기록되기도 하고, 장식문양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책이 되기도 합니다. 연극이나 오페라 무대에서도 이야기는 빠지지 않지요. 또 라디오 뉴스,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컴퓨터 게임 등 모든 것의 출발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란 우리 삶과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모두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요. 역사 속에는 사람들이 책을 못 읽게 하기 위해 금서로 지정을 하거나 태워버리기까지 하는 끔찍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지요.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사람들에게 이야기는 더욱 간절한 것이 되었지요.
‘이야기’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지만 그 속에서 이야기의 힘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아마 때로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는 걸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기기도 했을 겁니다. 아이가 공부도 안 하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할 때 말이에요. 하지만 어쩌면 이야기의 진정한 힘은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아마도 거의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됐을 이야기. 그 오래된 이야기의 역사는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 속에는 늘 한 마리 새가 함께 합니다. 새는 이야기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새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니듯이 이야기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옛날이야기 가운데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우리나라 이야기 가운데 ‘이야기 주머니’라는 이야기가 바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새롭게 알게 된 몽골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게 됐는지를 알려주는 유래담입니다.
무서운 전염병에 걸린 타르바라는 청년이 자신이 죽을 것을 지레 짐작하고 지하세계로 미리 가지요. 그런데 지하세계의 왕 에를렉 칸이 타르바에게 아직은 올 때가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라고 하지요. 지하세계에 온 영혼을 그냥 돌려보내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지하세계에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고르라고 합니다. 지하세계의 많은 것들을 찬찬히 살핀 타르바는 딱 한 가지를 고릅니다. 바로 ‘이야기’였지요. 이후 타르바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평생을 살았다고 하고, 그래서 이야기가 이 세상에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지하세계에서 딱 하나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으로 고른 이야기, 저는 아마도 그 이야기 덕분에 이 세상에 희망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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