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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우리창작

그림자 도둑

by 오른발왼발 2018.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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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누가 훔쳐 갔을까?


《그림자 도둑
(임제다 글/배현정 그림/웅진주니어/2014년)
              

 

 


 

그림자가 사라지다!

 

아이들의 그림자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상아를 시작으로, 모범생에 학교에서 인기도 많은 아이들의 그림자가 차례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그림자 없는 아이를 보러 학교로 구경을 오기도 했다. 결국 그림자가 사라진 아이들은 아이들의 놀림과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의 그림자가 사라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글/아롬주니어)에서 페터 슐레밀은 황금이 무한정 나오는 주머니를 받고 자신의 그림자를 악마에게 팔아버린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페터 슐레밀처럼 자신의 그림자를 누군가에게 판 것이 아니다. 피터팬처럼 그림자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 그림자가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리고 만다.

 

 그림자가 놀러간 거라고?   

 

혹시 모범생들부터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점이 하나의 열쇠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귀신이래요! 공부만 하다가 귀신이 됐대요!”
 하고 놀리는 대호의 모습이나
 “그림자 걔들, 그냥 학원에 가기 싫어서 놀러 간 거라니까!”
 하고 말하며 이상한 보자기를 두르고 다니며 노는 호기의 모습을 보면, 과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게다가 모든 아이들이 그림자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을 때에도 두 아이만큼은 걱정이 없었다. 대호는 공부도 못하고 인기도 없는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고 확신을 했고, 호기는 즐겁게 망토를 펄럭거리며 놀기만 했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공부도 못하고 모범생도 아니고 인기도 없는 대호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는 아이들을 대놓고 놀리던 대호의 그림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공부도 못하고 못된 대호 그림자를 왜 훔쳐가요, 누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뿐 아니었다. 대호가 그림자를 훔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실마리를 잡다

 

 대호는 멍청한 그림자 도둑을 잡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드디어 실마리를 잡는다. 그림자가 사라진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이 가까운 순서였다. 공부도 못하고 모범생도 아닌 대호의 그림자가 사라진 건 순전히 대호네 집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대호는 자신이 발견한 실마리를 바탕으로 다음 차례가 된 아이의 집 앞에서 잠복을 하고 있다가 그림자 도둑을 잡기로 했다. 도둑을 잡아야 그림자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첫 날 잠복은 실패였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같이 놀자, 밤새도록. 노래하자, 시끄럽게.
  밤은 길고 어두워라. 숨기에는 그만이지.
  어둠만이 가득하니, 마음대로 놀아 보자.”
 그림자가 사라진 아이들이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들었던 노래였다.

 

 그림자를 잡다

 

다음 날, 대호는 엄마가 챙겨주는 먹을거리도 사양한 채 그림자 도둑을 잡으러 집을 나섰다. 그림자 도둑을 잡으려면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도 못하고 뭐 하나 딱히 잘 하는 게 없는 대호였지만 그림자 도둑을 잡겠다는 집념이 대호를 변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대호는 그림자를 잡는다. 지금껏 사라진 그림자들은 모두 함께 몰려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림자 도둑은 따로 있었던 게 아니었다. 호기가 말했던 것처럼 그림자들은 심심해서, 놀고 싶어서 놀러 나온 것이었다.
 대호는 자신은 심심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그러자 그림자가 말한다.
 “난 그동안 너 때문에 너무 많은 그림자를 때려 왔어. 그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야.”
 대호와 그림자들이 만난 자리에 망토를 펄럭이며 날아온 호기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림자들 그냥 놀러 온 거 아니야?”
 하고 물을 뿐이었다.

 

 그림자들이 사라진 까닭은

 

 그런데 가만 보니 그림자들은 자기 주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대호의 그림자만 해도 그렇다. 대호가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아이였다면, 대호의 그림자는 다른 그림자들을 보살펴 주는 착한 그림자였다.
 처음으로 그림자가 사라졌던 상아는 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도 늘 엄마에게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으며 공부만 해야 했다. 하지만 상아의 그림자는 밤새도록 놀고 싶다는 생각에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며 다른 그림자들을 불러냈다.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들의 그림자가 먼저 사라지기 시작한 건 그만큼 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또 상아네 집에서 가까운 차례대로 그림자들이 사라진 건 상아의 그림자가 일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이 일에서 자유로운 건 오로지 호기뿐이었다. 호기는 놀고 싶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아이였다.
 결국 그림자는 아이들의 겉모습 속에 감춰진 내면의 모습이자, 아이들의 진짜 갖고 있는 꿈이었다.

 

 가장 빛나는 인물, 대호

 

대호는 이미 여러 번 말한 것처럼 공부도 못하고, 모범생도 아니다. 아니, 친구들을 놀리고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나쁜 아이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런 대호가 그림자를 찾으러 다니는 동안 보여주는 모습은 놀랍다.
 끈기 있게 집중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도 그렇지만, 그림자들이 다시 돌아가도록 설득하는 모습은 더욱 그렇다.
 “공부공부공부!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하고 소리치는 그림자들에게 대호는 말한다.
 “이 바보들아! 그림자가 없어진 아이들은 지금 진짜 기계가 되어 가고 있다고!”
 이런 대호의 모습을 보고 호기는 말한다.
 “너, 말이야. 꼭 그림자 장군 같잖아! 무적의 그림자 부대를 이끄는 그림자 장군!”
 사람들에게 욕만 먹던 천하의 말썽꾸러기 대호였지만 알고 보면 다른 누구보다 아이들을 이끄는 힘을 갖고 있었던 거다.
 그림자 도둑을 잡으러 다니는 동안 대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했다. 그림자를 잃어버렸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림자는 모두 돌아왔고, 아이들은 모두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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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에서 분기별로 펴내는 《어린이문학》 2014년 겨울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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