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도둑(정해왕 글/파이 그림/해와나무/2018)
열세 살 소녀가 갑자기 폭삭 늙은 할머니로 변한다!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보던 타임슬립 혹은 타입워프, 타임리프, 타임루프 같은 걸 다룬 책인가 싶지만 이 책과 딱 맞아떨어지는 건 없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변한 건 소녀뿐이다. 당연히 소녀의 어머니도 자신의 딸을 알아보지 못한다. 유일하게 알아보는 건 어릴 적 소녀를 키워줬던 할머니뿐이다.
소녀가 갑자기 자기를 키워줬던 할머니보다 더 늙은 할머니로 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할머니가 된 소녀가 계단에 떨어져 죽음을 선고받는 순간, 다시 원래 모습의 소녀로 살아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야기는 처음부터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다시 제 나이로 돌아오게 된 소녀는 자신에게 닥쳤던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설정에, 사건의 정황을 하나하나 추리해 나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이 책에서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귀에 들어온다. 작가는 요즘 우리 사회의 큰 쟁점 가운데 하나인 노인 문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대 간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 소녀가 노인에 대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그 문제를 펼쳐 보인다. 결론은 당연히(!) 소녀와 할머니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용만 따지고 본다면 참으로 교훈이 앞서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주인공 소녀가 할머니가 되서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마치 그동안 어린이 책에서 자주 보았던 ‘역할 바꾸기 놀이’와 같은 느낌도 준다. 처음엔 노인에 대해 시건방지고 싸가지 없어 보이기까지 했던 소녀는 한순간에 할머니가 되면서 할머니의 처지를 차츰차츰 이해해 나가니까 말이다. 물론 이 책은 단순한 ‘역할 바꾸기 놀이’가 아니라 ‘실재’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뻔 한 교훈처럼 여겨지는 이런 주제들을 미스터리를 추리해 나가는 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장면 하나하나가 눈에 훤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소녀가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나 또한 노인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 자신 또한 늙어가고 있다는 깨달음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 기법에 우리 사회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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