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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는 책/초등 1-2

[마주 이야기] 침 튀기지 마세요 / 튀겨질 뻔 했어요

by 오른발왼발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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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지 마세요 / 튀겨질 뻔 했어요

박문희 엮음/이오덕 풀이/고슴도치/72쪽

 

 

아이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아이들은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무감각해져버린 것을 발견해 내고, 자신의 느낌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그 말이 때로는 '아하!' 하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세상의 때가 덜 묻은 어린 아이들이 토해내는 말들은 더욱 좋다.

이 책은 유치원 아이들의 '마주 이야기 시' 이다.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한벼리

  목하고 엉덩이 하고는,
  무슨 상관이 있는거야?
  목이 아프면,
  목에다 주사를 맞아야 되는 것 아니야.
  목하고 엉덩이하고 상관이 없으면,
  목이 아픈데,
  왜 엉덩이에다 주사를 맞는 것이야


달라

                                     박일주

그런데 어제 참새 목소리 들었는데
너희들은 「짹 짹 짹 짹」 그러는데
그게 아냐,
달라.
흉내는 못 내겠지만 달라.

 

아이들다운 생각,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혹시 이 책을 보고 '유치원 아이들이 이렇게 잘 쓰고 그리다니!' 라고 생각하며 슬며시 자식과 견주고 계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 전에 아이와 함께 마주 이야기를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주 이야기를 위해선 공책 한 권, 연필 한 자루, 그리고 아이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엄마의 자상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 아이랑 좀더 가까워지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한 말 그대로를 공책에 받아 적어두는 거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고받은 말을 적어도 된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어가다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마음을 볼 수가 있다.
이 책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한 말을 어른들이 받아적어 두었다가, 아이들이 어른들의 써 놓은 걸 보고, 그림 그리듯이 옮겨 적고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만약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글로 쓰라고 했으면 이런 '마주 이야기 시'는 나오지 못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이들의 말, 그 속에 아이들의 참된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여보자. 아이와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자. 이런 시간을 자주 갖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엄마를, 엄마는 아이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아이에게 마주 이야기 공책을 보여주자. 그럼 아이는 지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엄마까지도.

이 책은 유치원 아이들의 마주이야기지만 유치원 아이들보다는 초등학교 1, 2학년이 읽는 게 더 좋다. 학교에 들어가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 동시 쓰기. 괜히 여러 가지 관념이 들어간 꾸밈말로 범벅이 된 동시를 보여주는 것보다, 이 책을 보여주는 게 훨씬 좋다. 이 책을 쭉~ 읽다 보면, 이렇게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는 게 진짜 시라는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마주이야기 시' 한 편 더!
내가 아이라도 이런 생각이 들 것 같지 않나요? 


우리만 자래

                                 이종석

맨날맨날 우리만 자래
우리 자면 엄마 아빠,
비디오 보구
늦게 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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