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눈물
권정생 글/도서출판 산하/231쪽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남의 목숨을 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세상!
그런 세상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내가 살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먹어야 하는 건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 자연의 섭리에 회의가 온다면?
그것도 먹히는 입장이 아니라 먹는 입장에 서 있는 자가 말이다.
<하느님의 눈물>의 주인공 돌이 토끼.
토끼는 약한 짐승이긴 하지만, 풀들 입장에서 본다면 토끼는 엄연한 포식자다. 그런 토끼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다.
'칡넝쿨이랑 과낭풀이랑 뜯어 먹으면 맛있지만 참말 마음이 아프구나. 뜯어 먹히는 건 모두 없어지고 마니까.'
이제 돌이 토끼는 풀들을 먹지 못한다. 저녁 때까지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배가 고픈데도 말이다.
하느님께 부탁도 해 본다.
'하느님처럼 보리수 나무 이슬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을 먹고 살아가게 해'달라고 말이다.
이 부탁에 대한 하느님의 대답.
"그래, 그렇게 해 주지.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면, 금방 그렇게 될 수 있단다."
어른의 눈으로 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처럼 여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화를 읽은 어린이들은 어른들처럼 현실적으로 따져가며,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지 않는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 그저 순수하게 '남의 목숨을 내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이런 마음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하느님의 눈물'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표제작 <하느님의 눈물>과 16편의 작품이 함께 실려있다. 저학년용치고 동화 편수가 좀 많은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동화의 주제가 모두 하나로 통일되어 있고, 우화 형식의 글과 그림이 그림동화처럼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다고 만만한(!) 작품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앞서 살펴본 <하느님의 눈물>처럼 이 책에는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을 바라는 이야기, 분단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더불어 사는 세상 이야기처럼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재미있게, 쉽게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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