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박기범 글/박경진 그림/창작과비평사
한번 문제아로 찍힌 아이들은 이 낙인을 없애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문제아'라는 낙인만을 볼뿐 스스로 아이를 보고 평가하질 않는다. 처음엔 이 문제아란 말이 듣기 싫어서 벗어나려고 노력도 해 보지만 그건 웬만해선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느새 '진짜 문제아'가 되고 만다.
이 책의 표제작인 <문제아>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친구한테 정신없이 맞아터지고 있다가 얼떨결에 옆자리에 있는 의자를 들어 정신없이 내리치게 되고, 그 바람에 친구는 이가 두 개나 부러지고 온 몸이 엉망이 된 뒤, 문제아가 되고 만다.
문제아로 한번 찍히자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다들 달라지기 시작했다. 억울하긴 하지만 문제아 딱지를 떼어내지 못하니까 대신 그 딱지를 이용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 수술을 하게 되자 돈을 벌기 위해서 신문배달을 하게 되고, 신문배달을 마친 뒤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를 가게 되자 선생님은 아예 폭주족으로 몰아대기까지 했다.
새학년인 6학년이 되면 딱지를 좀 뗄 수 있을까 기대도 해보지만 그것도 말짱 도루묵이다. 6학년 담임 선생님은 겪어 보기도 전에 생활기록부로만 판단하고 처음부터 문제아로 낙인을 찍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어른들의 입장에서만 판단해 아이들을 문제아로 만들어가는 현실의 모습이 너무나 잘 살아있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문제아>말고도 9편의 작품이 더 실려 있다. 어찌보면 모두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공장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손가락 무덤>이나 <아빠와 큰 아빠>, 그리고 박래전 열사의 이야기인 <겨울꽃 삼촌>은 특히나 무거운 분위기가 풍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문제아>처럼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독후감 숙제>나 <전학> 같은 이야기도 있다.
<독후감 숙제>는 '독후감 숙제'를 매개로 집이 어려워 돈이 많이 드는 학교의 행사에는 참가도 못 해보고, 오히려 선생님한테는 구박을 받게 되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더불어 엄마와 아이의 화해의 모습까지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전학>은 엄마가 아이를 좀 더 나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주소를 바꿔 동네 아이들과는 다른 학교에 다니게 된 아이의 이야기다. 살고있는 곳은 산동네 서민들의 집인데, 주소를 바꾸다보니 부자동네 아파트촌의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학교 수준은 좀 나을지 몰라도 아이는 괜히 찔리고 집과 전화번호까지 속이는 게 힘들었다. 결국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원래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혹시 이 책이 현실의 어두운 면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 괜히 무겁고 딱딱한 책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오히려 무겁고 하기 힘든 여러 가지 주제의 이야기들이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아마 그건 작가의 독특한 문체, 그리고 아이들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 또 살아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희망의 모습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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