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28.
1학년 학부모가 되는 분들께
좋은 그림책을 맘껏 보고 자란 아이가 막상 학교에 들어가서는 책이 재미없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부모들은 입장이 난처해진다. 어려서부터 좋은 그림책을 많이 읽히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된다고 믿고 있었는데 막상 학교에 가면서 아이가 책이 재미없다니….
이럴 때는 그냥 아이들이 즐겨보던 그림책을 계속 보여주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사실 많은 부모들이 그림책은 학교에 들어가면 그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덕분에 1학년은 여러 가지로 힘들다. 모든 게 낯설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서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학교 분위기가 유치원하고는 많이 다르다. 배우는 내용도 그렇다. 어른들이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그런데 책마저 자기와 익숙하던 그림책이 아니라 모양이나 내용이 완전히 다른 책을 읽어내야 한다. 아이가 책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얼마 전 어린이도서연구회 겨울 연수에서 2001년에 나온 저학년 우리 창작동화를 살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1학년들이 읽을 만한 책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적어도 2~3학년쯤이나 돼야 볼 수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언뜻 보면 큰 글씨에 책을 가득 메운 그림이 1학년에게 적당해 보이지만, 내용이나 글의 분량은 1학년이 보기엔 버겁기만 하다. 게다가 그림책에 익숙한 아이들에겐 책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림도 마음에 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2~3학년에게나 적당한 책들을 끌어내려 보여줘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아이가 지금까지 보던 그림책을 보여주는 게 좋다. 그럼 아이는 그림책을 보며 마음에 드는 동화책도 조금씩 골라보며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진다. 아이가 커가면 그림책의 종류가 바뀌어왔듯이 말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쯤이면 아이가 보던 책을 정리하고 그림책을 밖에 내놓는 경우가 있다. 혹시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다시 들여놔 아이 곁에 놔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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