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3.4.
학급문고 낼 때
3월이다. 이제 모두 새 학년을 맞는다.
새 학년이 되면 반마다 `학급문고'를 모으곤 한다. 학급문고는 대단한 매력이 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늘 함께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쉬는 시간, 점심 시간, 혹은 공부 시간에도 학급문고는 늘 아이들의 눈길이 가는 곳에 있다. 그러니 학급문고는 아이들과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학급문고에는 익숙해지기 쉽다. 또 혹시 어떤 책이 재미있더라 하는 소문이 나면 그 책은 곧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이런 학급문고가 좋은 책들로 가득 매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의 학급문고는 그렇지 못하다. 학급문고의 책들이 엉터리 책들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학급문고는 대개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책들로 꾸려지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학급문고 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할 때 어떤 책을 가져가게 했는지를 생각해보자. 혹시 집에 있던 책들 가운데 버리긴 아깝고 그렇다고 좋지 않은 책이라 집에 두기도 뭐하고 해서 `잘 됐다!' 싶은 마음에 학급문고에 낸 책은 없는지를. 내 아이 곁에서 좋지 않은 책을 멀어지게 하려고 한 행동이었다면 그건 완전히 오판이다. 집에 그냥 가지고 있었으면 차라리 내 아이만 보고 끝날 수 있을 책들이 이 집, 저 집에서 학급문고로 모이면서 반 아이들 전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한다. 아니,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내 아이도 이렇게 모인 질 낮은 학급문고의 책들과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좋지 않은 책들과 더욱 친해진다. 아이를 위해서 집에 있는 안 좋은 책 한 권을 치워버리겠다고 생각한 게 오히려 아이를 안 좋은 책 속으로 내몰고 만 결과가 되는 것이다. 내 아이만을 생각했던 이기심이 결국 내 아이와 다른 아이들까지 망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새 학년 학급문고에는 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을 내보면 어떨까? 내 아이와 다른 아이들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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