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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신화 이야기

by 오른발왼발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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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5.13.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지난해의 높은 파고는 넘어섰다 해도 그리스 신화의 위세는 여전하다.

아이들은 신들의 계보를 쭉 꿰고 줄줄 외워댄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공룡 이름이나 자동차, 혹은 포켓몬이나 디지몬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어떻게 진화(이 말은 분명 잘못된 표현이지만 포켓몬이나 디지몬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하고 있는지까지 조금도 막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른들이 보기엔 신기에 가까운 일이다. 아이들이 책을 보고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건 어쩌면 어른들의 기억에 그리스 신화에 대한 아픔이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리스 신화를 읽었던 경험은 있지만 대부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신들의 이름은 왜 이리 헷갈리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마음 한 구석에 괜한 열등감으로 남아 있는 걸 발견할 때도 많다. 서양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그리스 신화를 소화해내지 못했다는 까닭만으로! 서로 다른 문화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아이들도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줄줄 꿰고 있긴 해도 그게 그리스 신화가 갖고 상징이나 의미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고 할 순 없다. 어린 시절 공룡 이름이나 자동차 이름을 줄줄 외우던 아이가 조금 커서 관심이 시들해진 다음엔 금새 잊어버리는 것처럼, 아이들의 삶과 거리가 먼 그리스 신화의 운명도 비슷할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신화라고 하면 그리스 신화를 먼저 떠올린다. 우리 신화는 건국신화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무속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긴 해도 우리에게도 멋진 신화가 있다. 삼신할미, 염라대왕, 강림도령, 자청비…. 우리 신화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할 말이 많아진다. 신화 속의 이야기가 내 삶의 이야기로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의 상상력이란 바로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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