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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아이의 책읽기 수준이 높다고요?

by 오른발왼발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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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0.7.

 

아이의 책읽기 수준이 높다고요?


“우리 아이는 독서 수준이 높으니까 높은 단계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분들을 꽤 있다. 이런 분들은 아이의 책을 고를 때 보통 아이보다 한 학년에서 두 학년, 때로는 그 이상에서 권장하는 책들을 찾곤 한다. 이제 2∼3학년 정도 된 아이에게는 고학년 아이들에게 권장되는 책을, 3∼4학년 정도 된 아이에게는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읽을 만한 책을 찾기도 한다.

아이들마다 조금씩 독서 수준이 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때론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또래 아이들 수준의 책들을 함께 보면서 조금씩 연령대를 넘나드는 건 상관없지만 이럴 경우 대개는 또래 아이들 수준의 책들은 떨쳐버리고 좀더 큰 아이들이 보는 책들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치 학교에서 공부할 때 진도를 미리 나가느라고 학교 공부는 소홀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독서 수준이 높은 아이라도 아이들은 대개 그 또래의 경험과 감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책을 잘 읽고, 내용 파악을 잘 하고, 독서 경험이 풍부해서 자기 연령대보다 높은 단계의 독서를 할 수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의 책들은 아주 수준 높은 책까지 읽어낸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은 어차피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늘 자기 또래를 중심으로, 개인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조금씩 아래위를 넘나들며 책읽기를 한다. 그런데 이런 게 아니라 늘 높은 단계 책만을 본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저는 아이에게 처음부터 글자가 많은 책을 줬어요. 그랬더니 학교에 가서도 책 읽는 수준이 아주 높더라고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아이가 책읽기의 행복을 빼앗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아이가 고학년이 되서도 책을 좋아하게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고학년이 될수록 책을 좋아한다거나, 아이의 수준 높다는 소리는 듣기 어려워진다. 아이의 수준이 높다는 건 아무래도 엄마의 바램이 낳은 환상은 아닐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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