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9.23.
인터넷 동화
요즘엔 인터넷만 있으면 못할 게 없어 보인다. 인터넷으로 정보도 찾고, 쇼핑도 하고, 은행 업무도 처리한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다. 방망이를 두드리며 ‘뚝딱’ 하듯, 마우스로 ‘클릭’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출판 시장도 인터넷과 무관하지 않다. 전자책(이북, e-book)이란 게 생겨서 책으로 보던 걸 컴퓨터로 받아보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 사이트도 많다. 덕분에 요즘엔 책도 책이지만 인터넷으로 동화를 보는 아이들도, 동화 사이트에 관심이 있는 부모도 꽤 많다.
동화 사이트는 이미 나와 있는 그림책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있고, 우리가 책으로 보는 동화를 그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것도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건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동화로 만든 것들이다. 인터넷에서 눈에 띄려면 아무래도 화려한 움직임이 있는 그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그런 동화는 아주 잘 본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듯 그냥 눈만 고정하고 있으면 모든 게 알아서 움직이고 글도 알아서 읽어주기 때문이다. 글을 모르는 어린아이들도 쉽게 마우스를 클릭해 가면서 자기가 보고 싶은 걸 찾아본다. 그런 아이를 보는 엄마는 괜히 뿌듯해지기도 한다. 아이가 쉽게 책과 친해졌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책꽂이에서 책을 뽑아 보듯이 동화를 보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동화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스스로 글을 읽어야 하는 글 중심의 동화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움직이는 그림으로 재구성한 동화들은 아무래도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화를 볼거리 중심으로만 만들다 보니 실제 동화의 질은 매우 낮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이미 책으로 검증된 동화를 새롭게 꾸민 경우는 조금 덜하지만 위인동화, 전래동화, 명작동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동화들은 더욱 그렇다. 몇 분안에 모든 걸 다 보여주기 위해서 내용이 뭉텅뭉텅 잘려져 나가고 앙상한 줄거리만 남는다. 보는 아이의 마음도 함께 앙상해진다. 인터넷 동화,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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