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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우리 신화랑 친해지기

by 오른발왼발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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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17.

 

우리 신화랑 친해지기


'신화’하면 떠오르는 게 그리스 신화다.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리스 신화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야 할 필독서(!)였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엔 거의 열풍에 가깝게 그리스 신화 탐구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다 괜히 기가 죽는다. 왜 우리에겐 이렇게 멋진 신화가 없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기껏해야 떠오르는 거라곤 단군신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우리 신화의 세계는 이렇게 왜소하기만 한 걸까 우리 신화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해도 결코 우리 신화의 세계가 이렇게 왜소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는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당이 있고, 집에는 성주, 터에는 터주가 있고, 부엌에는 조왕신이 있고, 우물에는 용신이 있다. 어린 아이 엉덩이에는 삼신할미가 점지해 준 퍼런 멍 자국이 있고, 지지리 궁상을 떨어대는 궁상이도 있다.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 할망도 있고, 백두 거인 이야기도 있다. 저승에는 염라대왕이 있고, 저승사자 강임이도 있다. 찾아보면 볼수록 우리 신화의 세계는 더욱 넓어진다. 우리 신들은 늘 우리 곁에서 함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 신화가 신전에서 불려지고, 그 시기가 끝나고 난 뒤 그림으로, 건축으로… 다시 태어나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면 우리 신화는 따로 거창하게 지어놓은 신전은 없어도 늘 우리 곁에서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신화는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미신이라는 이유로, 근대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리스 신화처럼 다양한 문화로 자리도 못 잡은 채 버림받고 만 것이다.
흔히 그리스 신화가 갖고 있는 상상력에 대해 말하곤 한다. 그 상상력이란 하나의 문화가 되어 버린 신화의 토대에서 나온다. 상상력이란 전혀 모르던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상상할 뿐이다. 우리 신화의 지평을 넓히고 다시 신화를 우리 곁으로 불러오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얼까 일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신화의 세계와 만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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