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1.17.
우리 눈으로 그림책을 키우자
요즘 그림책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엄마들한테도 인기가 대단하다. 처음엔 아이를 위해서 봤지만, 어느덧 엄마가 그림책 세계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림책은 매력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그림책 시장은 좋지 않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외국 그림책과 견주어도 그 양부터가 너무 왜소해 보인다. 오랜 그림책의 역사 속에서 나온 걸작 그림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그림책은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외국 그림책들은 대개 외국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책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그림책은 외면하고 무조건 외국에서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책들만, 외국의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만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는 화가 나곤 한다. 짧은 그림책의 역사 속에서 막 성장하고 있는 우리 그림책의 현실은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요 몇 년간 우리 그림책 가운데도 좋은 그림책이 참 많이 나왔다. 우리 그림책을 정성껏 만드는 작가와 출판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가운데 출판사 ‘재미마주’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 외국 작품은 단 한번도 하지 않고 우리 작품만을 만들어낸 것, 해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박람회에 나가 부스를 설치해 우리 그림책을 알려온 것들이 모두 재미마주를 돋보이게 하는 면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배려는 물론이다.
수년간 기울여온 노력들이 이제 하나씩 열매를 맺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노란 우산>으로 깜짝 놀라게 하더니 올해도 재미마주의 대표이기도 한 작가 이호백 씨의 그림책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가 뉴욕타임즈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됐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우리 그림책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상을 받는 게 더 관심을 끄는 분위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소식이 보다 많은 분들이 우리 그림책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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