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3. 15.
공부와 연결짓는 책읽기
“책을 왜 읽으세요”
“아이들에게 왜 책을 읽으라고 하세요”
부모님들이라면 누구나 이 두 가지 질문에는 스스로 답을 해보면 좋겠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대부분 서로 다르게 나올 것 같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첫 번째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분이 많지 않을 듯 싶다. 책은 어린이들에게는 ‘필수’지만 어른들에게는 ‘선택’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책을 읽는데 어른과 아이가 그 이유가 다르다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어른과 아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다른 까닭은 생각하지 말고, 대신 왜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한테 책 읽기를 ‘필수’처럼 여기는가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런데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많은 분들이 아이들의 책 읽기를 ‘공부’와 연결지어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공부 잘 하는 아이’란 커서 ‘능력 있는 어른’이 되는 걸 의미했다.
문제는 이런 부모의 마음이 크면 클수록 아이들의 책 읽기는 점점 상업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이 동네에서 이 책 없는 집이 없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고, 세계명작이나 전래동화를 미리 안보면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다는 말에 마음이 무너지게 된다. 아이가 책을 잘 읽고 있는지 불안해 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상업주의가 달래준다. 상업주의는 모든 걸 눈에 띄는 결과로 나타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능력검정시험’처럼 책 읽기를 시험 점수로 환산해 놓거나, 아이들 성향과는 관계 없이 특정 단계의 책 읽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 결과는 혹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결국 맨 앞의 질문에서처럼 어른이 되었을 땐 책 읽기가 ‘선택’처럼 되어버리고 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때론 어린이 책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상업주의를 더욱 양산하게 하는 건 아닐까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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