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 12.
바람직한 책읽기, 즐거운 책읽기
지난 1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는 특별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비롯해 어린이 책, 문화 관련 17개 단체가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를 구성하고 전국독서새물결모임에서 주최하는 독서능력검정시험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힘을 모아 공동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그리고 이 시험을 후원하기로 했던 일간지와 사교육업체에서 후원을 철회했다는 소식도 반갑다.
하지만 그래도 시험을 강행하겠다는 새물결모임의 입장은 아쉽기만 하다. 왜 이토록 많은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반대를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다는 건 책과 사귀는 과정이다. 책과 이야기를 나누고 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음도 얻게 된다. 때문에 같은 책을 읽어도 읽는 사람의 처지에 따라서 느낌이나 깨달음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게 책의 매력이다. 그런데 그 책읽기를 획일적인 시험의 틀에 가두겠다니! 이건 자유로워야 할 책읽기를 시험 문제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감독하겠다는 소리로만 들린다. 아마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아이들로부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건 아닐까 싶다.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느낌과 감동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무슨 책이든지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이야기를 함께 나눌 때의 즐거움 말이다. 내가 미처 놓치고 못 본 부분을 새롭게 볼 수도 있고 감동을 공유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책이 또 다시 읽고 싶어진다. 다시 한번 보면 처음 볼 때와는 또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시험을 보기 위해서 특정한 책을 반드시 봐야만 하는 거라면 이런 책읽기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만다. 아니, 책읽기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책읽기는 고통스러워진다. 좋은 책이 나쁜 책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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