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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책과 친구하기

by 오른발왼발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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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3. 29.

 

책과 친구하기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인가를 따지기 전에, 그냥 책에 빠져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좋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인가는 그 다음 문제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이 좋은 책일 때는 물론 더욱 뿌듯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고 있는 책이 만화책이거나 혹은 좋지 않은 책이라 해도 자기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 좋다. 물론 좋지 않은 책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한켠에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좋은 책만 읽고 있어도 그 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서도 엄마의 끊임없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아이, 엄마의 손가락 끝을 보면서 글자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아이, 책을 읽자마자 그 책의 내용을 간추려 설명해야 하는 아이, 독서퀴즈대회나 혹은 어떤 식이든 자신의 독서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서 책을 읽는 아이……. 분명 좋은 책을 보고 있으니 기뻐해야 할 듯한데 그럴 수가 없다.
책을 읽는다는 건 책과 사귀는 과정이다.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툭탁툭탁 싸우고 화내고 토라지면서 더 친해진다. 아이들이 싸운다고 엄마가 늘 친구 사이에 끼어있으면 아이는 친구를 사귈 수가 없다.
아이들의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친구랑 사귈 수 있는 자리만 마련해주면 된다. 아이가 좋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그런 분위기만 마련해주면 된다. 책과 만나고 사귀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아이들 자신의 몫이다. 괜히 엄마나 어른이 끼어들면 아이들은 오히려 책과 멀어진다.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친한 듯 보여도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이 책의 매력을 스스로 찾을 시간도 없이, 책을 단편적인 지식과 맞바꾸고 싶어하는 어른들에게 끌려다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좋지 않은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땐 그 책은 결코 좋은 책이 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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