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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동아일보 -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독서지도가 필요할까?

by 오른발왼발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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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13

동아일보 2007. 7. 10.

 

 

독서지도가 필요할까?

 

 

“우리 아기가 돌이에요. 앞으로 독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치원에서 독후활동을 하는데, 아이가 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더라고요. 줄거리도 말할 줄 모르고……. 책만 좋아한다고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아무래도 그냥 책만 읽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독서지도가 필요하겠죠?”
몇 년전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독서지도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리고 고민하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실 좀 난감해지곤 한다. 유치원 아이는 물론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일 년밖에 안 된 아기까지 독서지도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기가 막히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건 최근 몇 년 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대입 논술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독서이력철이니 독서인증제니 하는 것들도 가세한다.
이상한 건 이런 것들이 사실 어린 아이들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논술이 필요하고, 책을 많이 본 사람이 논술을 잘 하는 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참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별 이상할 것도 없는 것 때문에 어린아이들까지 독서지도에 내몰리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니 하나씩 문제가 보인다. 책을 많이 본 사람이 논술을 잘 하는 것인데, 지금은 대입 논술이라는 대명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내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교 수업에 대비해 예습하는 수준이 뭐든지 미리미리 몇 년 정도씩은 앞서서 공부해야 한다는 선행학습으로 이어지고, 또 책읽기는 단기간에 안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해둬야 한다는 생각 등이 어우러지면서 생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된 격이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독서지도는 문제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뭔가 달라지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새 그 틀에 갇혀 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책을 보지 못한다. 책을 읽고 뭔가를 해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책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아이는 책이 아니라 활동 그 자체를 더 신경 쓰게 된다. 그러니 아이가 책을 읽어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섣부르게 독서지도를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마음대로 읽는 자유로운 책읽기야 말로 아이를 성장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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