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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세 마디, 거짓말 잘하는 사위 고르기

by 오른발왼발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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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필요한 세상, 거짓말로 망하는 세상

거짓말 잘하는 사위 고르기, 거짓말 세 마디 -

 

 

 

1. 거짓말이 가득

 

해마다 영국에서는 세계 거짓말 대회가 열린다. 국적 상관없이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지만 변호사와 정치인은 거짓말 전문가로 간주되어 참가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대회에서 역대 가장 짧은 거짓말은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배우지만, 실은 누구나 다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아주 사소하고 의례적인 말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마이크 달아 교수팀의 연구 결과) 그러니 어찌 보면 이 세상은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하기만 하다. 거짓말은 나쁘다고 그렇게 배웠는데도, 사람들은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걸까?

 

거짓말이란 사실이 아닌 말이다. 그러니 정직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짓말은 없어져야 한다. 온갖 거짓말로 자신을 유리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거짓말쟁이들을 생각한다면 거짓말은 사라져야 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때로는 거짓말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O.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주인공은 창밖의 담쟁이덩굴 이파리가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를 위해 가짜로 그려 넣은 이파리가 진짜라 생각했던 주인공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고 결국 병을 이겨낸다.

 

세상엔 거짓말 같은 일들도 많다. 이런 일들은 실제로 있는다고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강경수 글, 그림/시공주니어)는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참혹한 세계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반면에 진짜 같은 거짓말들도 있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본인이 진실로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던 세상이 실은 거짓 세상인 경우도 있다.

때로는 위기의 순간,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라 삶의 지혜와 같다. 그러니 거짓말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만약 세상에 거짓말은 모두 사라지고 참말만 있다면, 어쩌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2. 거짓말 잘하는 사위를 얻겠소!

 

옛이야기 가운데 거짓말 잘하는 사위 고르기’ . ‘거짓말 세 마디’, ‘거짓말 내기등의 이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한 사람이 거짓말 세 마디 하는 총각을 사위로 삼겠다는 방을 붙였다.

 

사윗감의 조건이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라…….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 사람은 왜 사윗감으로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 했던 걸까? 그 이유를 알려면 아무래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짐작할 수 있는 건 이 사람이 부자라는 사실이다. 부자라는 건 아무래도 이 사람이 양반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렇게 자신이 있게 방을 붙인다는 것은 이 사람이 글 꽤나 읽은 사람으로서 누가 와서 거짓말을 하든 그 거짓말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짓말 잘하는 사위를 얻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진짜 사위를 얻고자 함이 아니라 사윗감 물색이라는 것을 빌미로 자신의 지적 허영을 채워보려던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모든 게 이 사람의 생각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타난 총각의 세 번째 거짓말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닥치고 만다. 총각의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총각이 말한 만큼의 엄청난 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 사람은 그제야 마지 못해 총각을 사위로 받아들인다.

 

2. 상대방의 허를 찔러라!

 

그렇다면 이 사람의 허를 찌른 총각의 거짓말은 무엇이었을까? 이야기를 다시 제대로 살펴보자.

부잣집 사위가 되어보려 수많은 총각이 다녀가고 난 뒤, 한 총각이 나타난다. 부잣집 영감은 총각의 거짓말 두 마디까지는 여유 있게 인정한다. 마지막 하나만 부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총각이 마지막 거짓말을 시작한다.

 

"영감님이 외상으로 사 갔던 천 냥짜리 바람 한 자루 값을 내십시오!"

 

아뿔싸! 영감은 기겁하고 만다. 이런 거짓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찰나의 순간, 영감은 머리를 굴린다. 이 말을 참말이라고 하면 돈 천 냥을 물어내야 하고, 거짓말이라 한다면 사위로 삼아야 한다. 어느 쪽이 더 나을까? 결국 영감은 돈 천 냥을 내는 것보다는 사위로 삼는 것이 낫다고 여기고 그 총각을 사위로 받아들인다.

영감이 처음부터 좋은 사윗감을 얻기 위해서 방을 붙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허영을 위해 딸의 사윗감을 고른다는 핑계를 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 준 셈이다. 또한 돈을 물어주는 것보다는 총각을 사위로 받아들이는 것이 돈을 자기 안에 가둘 수 있는 부자의 생리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4. 거짓말의 끝

 

흔히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거짓말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자꾸 또 다른 거짓말을 덧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는 것은 이럴 때만 쓰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이야기에 따라서 영감이 거짓말 내기에서 이긴 총각을 사위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 뒷이야기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감은 총각을 사위로 받아들였지만, 어쩔 수 없이 사위로 받아들였기에 사위를 믿지 않는다.

 

그러자 영감의 허를 찌르는 거짓말로 사위가 된 남자는, 이번에도 거짓말로 승부를 보려 한다. 약속대로 사위로 받아들였으면서도 인정을 안 해주는 영감이 몹시도 미운 탓이다.

 

장인과 함께 나무를 하러 가던 사위는 집에서 도끼를 안 가지고 왔다며 집으로 달려 내려온다. 그리고 장모에게 장인이 나무하다 넘어져 모가지가 부러졌다고 말한다. 장모는 울며 산으로 올라간다. 사위는 이번엔 다시 산으로 뛰어 올라가 장인에게 집에 불이 났다고 말한다.

장모는 울며불며 산으로 올라오고, 장인은 허겁지겁 산에서 내려가다 마주친다. 두 사람은 그제야 사위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까운 딸만 뺏겼다 생각할 뿐 사위를 믿지 못한다. 그러자 사위는 그 집 신주를 모셔 놓은 사당에 불을 지른다.

 

자신의 지적 허영을 만족시키려 거짓말 잘하는 사위를 얻겠다던 영감은 결국 패가망신하고 말았다. 어떤 거짓말이든 넘어가지 않겠다고 자부했지만, 자기가 놓았던 덫에 걸린 셈이다. 그리고 거짓말로 사위가 된 남자는, 영감과 한판 승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자 또다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어쩌면 남자는 거짓말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라 여기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이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로만 치달을 때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흔히 옛이야기는 권선징악이 분명한 이야기라 여기지만, 이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옛이야기는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분명히 자르고 있지 않다. 거짓말이 때로는 나쁜 거짓말을 이기는 무기가 되는 것처럼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지나친 거짓말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기도 하다. 거짓말로 흥한 자는 거짓말이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열쇠처럼 여겨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옛이야기에서 이처럼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서 절대적인 선과 악이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선이라 믿었던 것이 악이 되기도 하고 악이라 생각했던 것이 선이 되기도 하는 것이 이 세상이니까 말이다.

 

이용포 글/김언희 그림/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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