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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가 담긴 옛이야기

by 오른발왼발 202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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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비밀

 

 

 

 

1. 퀴즈와 수수께끼

 

수수께끼 하나!

 

“만든 사람은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사간 사람도 사용하지 않으며 그것을 사용한 사람은 그것이 뭔지 모르는 것은?”

 

수수께끼는 질문부터 알쏭달쏭 비밀스럽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답을 확인하는 순간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맞아,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이 수수께끼의 답은 이다. 답을 몰랐을 땐 알쏭달쏭 비밀스럽지만, 답을 알고 나면 뭔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점에서 수수께끼는 퀴즈와는 다르다. 누군가 질문을 하고 누군가 대답한다는 점은 같지만, 알쏭달쏭한 질문을 맞출 수 있을 것도 같아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게 되는 수수께끼와 달리 퀴즈에는 명확한 답이 있고 이는 머리를 굴린다고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자, 이제 내 이름을 알아맞혀 봐라.”

 

그림 형제의 이야기 룸펜슈틸츠헨에서 왕비는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난쟁이의 이름을 알아맞혀야만 했다. 이때 난쟁이 이름은 수수께끼가 아니라 퀴즈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알 수 없다. 난쟁이 이름은 수수께끼와는 달리 정확히 알지 못하면 결코 맞출 수 없는 퀴즈이기 때문이다.

 

 

2. 수수께끼에 담긴 비밀

 

수수께끼는 질문을 하는 방식이 특별하다. 질문을 할 때는 답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일부러 모호하게 묘사한다. 출제자가 가진 답과는 다른 어떤 것이 답으로 제출되도록 유도하려 한다. 앞에서 예로 든 만든 사람은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사간 사람도 사용하지 않으며 그것을 사용한 사람은 그것이 뭔지 모르는 것은?’은 그 좋은 예이다.

수수께끼는 보통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비밀과 관련이 있다. 정답이 인 앞의 수수께끼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옛날 옛적에에서 막스 뤼티가 예로 들고 있는 수수께끼들 역시 마찬가지다. ‘투란도트 공주의 수수께끼를 보자.

 

“모든 나라에 살면서 모두에게 친구가 되는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것은 참을 수 없는 피조물은?”

“자기 자식을 세상으로 내보내고 그 자식이 크면 삼켜버리는 어머니는?”

“모든 나뭇잎이 한쪽은 하얀데 다른 쪽은 검은 것은 무슨 나무?”

 

각각의 답은 태양, 바다, 일 년이다. 모두 세상(우주) 이치의 비밀을 담고 있는 것들이다.

 

또 다른 이야기인 영리한 농부의 딸도 마찬가지다. 두 농부가 전답과 암소를 갖고 다투자, 재판관은 수수께끼를 낸다.

 

“가장 기름진 것은?”

“가장 달콤한 것은?”

“가장 하얀 것은?”

 

답은 각각 대지(), , 태양이다. 이때 농부의 딸은 제대로 된 답을 하지만 나쁜 농부는 자신의 세계에서 봤던 대로 베이컨, 벌꿀, 우유라 대답하지만, 이는 답이 아니다. 수수께끼의 답은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서는 결코 풀 수 없다. 수수께끼는 세상(우주)의 이치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옛날 옛적에-민담의 본질에 대하여(막스 뤼티/길벗어린이/절판)

 

3. 행동에서 나오는 수수께끼

 

옛날 옛적에에서 막스 뤼티는 브르타뉴 지방의 민담 하나를 소개한다. 이야기는 수수께끼가 핵심이다. 공주는 자신이 모르는 수수께끼를 내는 데 성공하면 남편으로 맞이하겠다고 한다. 대신 실패하면 목숨을 잃고 말이다. 수수께끼를 내는 사람이 공주가 아니라는 점을 뺀다면 투란도트 공주와 비슷한 설정이다.

이 이야기에서 한 젊은 귀족은 영리한 군인 프티 장의 도움으로 공주가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를 낸다.

 

“집에서 떠났을 때 우리는 넷이었소. 넷 가운데 둘이 죽었소. 둘에서 넷이 죽었소. 넷에서 우린 여덟을 만들었소. 여덟에서 열여섯이 죽었소. 지금 우린 다시 넷이 되어 공주님께 왔소이다.”

 

아마 이야기를 모른 채 이 수수께끼만을 듣는다면 모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수수께끼는 두 사람이 공주 앞에 오기까지 여정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잠시, 그 여정을 되돌아보자.

 

귀족의 어머니는 아들을 붙잡으려 하지만 소용이 없자 아들과 프티 장에게 작별 인사로 독약 두 잔을 권한다.

- 프티 장은 위험을 알아차리고 음료를 말의 귀에 붓는다. 말들이 쓰러져 죽는다. : 두 사람과 말 두 마리(4)에서 말 두 마리가 죽음(2) : 넷에서 둘이 죽음.

- 죽은 말 두 마리를(2) 까마귀 네 마리가 먹고 죽는다.(4) : 둘에서 넷이 죽음.

- 프티 장은 죽은 까마귀 네 마리를 가지고(4) 여덟 개의 쿠키를(8) 굽는다. : 넷에서 여덟을 만듦.

- 여덟개의 쿠키를 가지고 가다(8) 열여섯 명의 도적을 만나 이들에게 쿠키를 준다. 도적들은 쓰러죽는다.(16) : 여덟에서 열여섯이 죽음.

- 두 사람은(2) 도둑들의 돈으로 말 두 마리를 사서(2) 공주에게 온다. : 다시 넷이 됨.

 

, 이 수수께끼는 두 사람이 오는 과정의 행동에서 저절로 만들어진 수수께끼다. 그러니 아무리 온갖 수수께끼와 문제에 능통한 공주라도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다. 막스 뤼튀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공주는 프티 장의 도움으로 멋지게 수수께끼를 낸 귀족과 결혼을 할 것이다. 공주는 결코 이런 터무니 없는 수수께끼가 어디 있느냐?’며 항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수수께끼는 공주의 세계에서는 풀 수 없었지만, 공주는 자신의 세계 너머의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 옛이야기 새끼 세 발이 떠오른다. ‘새끼 세 발역시 주인공의 행동에서 수수께끼가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삶과 죽음이 반복된다.

새끼 서 발에서 주인공이 처녀와 혼인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자. 쓸모없는 새끼 서 발(죽음)->옹기(삶)->깨진 옹기(죽음)->쌀 서 말(삶)->죽은 말(죽음)->산 말(삶)->죽은 처녀(죽음)->산 처녀(삶)로 바뀌어 나간다.

브르타뉴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독약을 탄 음료->말(삶)->죽은 말(죽음)->까마귀(삶)->까마귀 죽음(죽음)->쿠키(삶)->도적의 죽음(죽음)->말(삶)의 순으로 진행된다. 숫자가 강조되어 나타나지만, 그 밑바탕에는 확실히 삶과 죽음이 깔려 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새끼 서 발에서 삶과 죽음은 때때로 느닷없고 관련성을 찾기 어렵지만, 브르타뉴의 이야기는 확실한 인과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크게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두 이야기 모두 수수께끼는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의 행동이 아닌 길을 떠난 여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길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별다른 걸림돌 없이 무난하게 잘 가게 될 수도 있고, 느닷없는 방해물을 만나 엉뚱한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그렇게 접어든 엉뚱한 길은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두 이야기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수많은 삶과 죽음을 통해 자기 삶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인 듯 싶다.

 

 

4. 삶의 수수께끼

 

삶의 수수께끼를 푼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삶이란 수수께끼로 가득 찬 것이란 뜻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새끼 서 발이나 브르타뉴 이야기가 길 위에서 자신의 행동 속에서 수수께끼를 발견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수수께끼란 기본적으로 세계의 비밀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세계의 비밀은 삶과 죽음이다. 두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여정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수수께끼 내기를 하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들은 그들이 지나온 여정에서의 행동을 통해 수수께끼를 낸다.

그런데, 이들이 수수께끼를 낸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누군가와의 내기가 아니라 자신과의 내기일지도 모르겠다. 삶의 수수께끼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야기에서 누군가와의 수수께끼 내기를 통해 이겼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수수께끼를 풀고 제대로 살아가게 됐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볼 때 이야기의 시작에서 주인공이 어리숙한 존재로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새끼 서 발의 주인공은 어머니 눈에 게으르고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존재처럼 보여 집에서 쫓겨난다. ‘브르타뉴 이야기에서 주인공 귀족은 프티 장과 견줘지며 모자란 존재로 등장하며, 어머니는 아들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여겨 독약을 준다. 하지만 삶의 여정에서 이들은 변한다. 이들의 여정에는 돌발적인 사건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이들은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가며 변화하고 자신만의 수수께끼를 만들어나간다. 비록 귀족은 프티 장에게 많이 의존하고는 있지만, 결국 프티 장과 함께 하며 그를 믿고 수수께끼를 낼 수 있게 된다. 이 역시 귀족의 운명이다.

새끼 서 발브르타뉴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삶에서 닥친 운명을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고 변화하는가의 수수께끼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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