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5
동아일보 2007. 5. 15.
자연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아이가 동물을 참 좋아해요. 자연관찰 책을 사주고 싶어요.”
3-5살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아이도 동물을 좋아하고, 엄마도 아이가 관심을 갖는 자연에 관한 책을 보여주고 싶다니, 이것만큼 좋은 일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좀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번에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아이가 자연관찰 책을 안 보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자연관찰 책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요?”
보통 아이들이 관심있는 것은 책으로 보는 것도 좋아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다소 뜻밖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간혹 아이들 가운데는 자연관찰 책에 완전히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자연관찰 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대체 왜 그럴까? 동물을 좋아한다던 아이들, 그래서 엄마도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책을 보여주었는데 결과는 실패가 너무 많다.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아이와 엄마가 자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개 엄마는 아이가 뭔가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아이가 동물이며 식물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가 처음으로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그 동물이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자, 자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모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아직까지는 자연 혹은 생명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그림책의 주인공이나 장난감이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것처럼 여기는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걸 깨닫는 건 훨씬 뒤의 일이다. 생명에 대한 깨달음은 ‘생명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과는 다르다. 동물이나 식물이 죽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생명에 대한 깨달음이란 상대를 같은 위치에서 보고 느낄 수 있을 때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우선 자연이랑 친해질 필요가 있다. 머리로만 상상하는 친구 보다 진짜로 만나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친구가 정말 친구인 것처럼, 자연도 책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것보다 주위에서 자주 직접 보고 관찰할 수 있어야 자연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비록 책에서 보는 것보다 볼 수 있는 게 훨씬 적다고 해도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사람 손을 타는 애완동물이나 정원에 심어진 나무나 꽃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동물이나 식물을 찾아보면 더 좋다.
이때 엄마가 꼭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관찰의 대상은 주로 벌레 종류인데, 아이가 보고 있을 때 징그럽다고 이를 피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엄마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아이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을 보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변화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이끌어주기만 하면 된다.
책은 그 다음이다. 당장 자연관찰 책을 안 보면 자연에 대한 지식은 별로 쌓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아이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결국 그 관심은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으로, 즉 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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