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7
2007. 5. 29.
옛이야기의 매력
옛날이야기는 참 좋다.
“옛날이야기 해 줄까?”
이 말 한 마디면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다가온다. 책에는 관심없는 아이라도 마찬가지다. 겉으론 안 듣는 척하면서도 사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기도 한다.
옛날이야기의 이런 매력은 책 없이 그냥 이야기로만 들려줄 때 제대로 발휘된다. 책이라는 선입견 없이 그냥 이야기 자체에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 맞다! 아이들이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아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건 아이들은 누구나 책이랑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또 한편으론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건 아이들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은 책으로는 보기 싫은 이야기도 그냥 이야기로만 들려주면 아주 재미있게 듣곤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는 보고 싶지 않던 그 책에도 괜한 관심이 생긴다. 간혹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가 상상한 이미지랑 책 속에 펼쳐지는 세상이 달라서 여전히 책에 쉽게 다가가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 들었던 그 이야기가 궁금해서,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책을 펼쳐든다.
직접 듣는 이야기가 더 좋은 건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눈빛을 마주하며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 그때 변하는 아이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는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의 표정을 보며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러다 가끔은 불쑥 이야기에 끼어들기도 한다.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지만, 이야기에 흐름에 따라 아이 스스로가 장단을 맞추기 하고, 또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로 이끌기도 한다.
옛날이야기는 좋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를 책 없이 그냥 들려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못 한다고 시도조차 안 해 봐서는 안 된다. 비록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 앞에서는 못 해도, 우리 아이 한 두명에게 들려주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이야기의 기본은 말재주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진실성에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말한다 생각하지 말고 아이랑 소통하는 방법의 하나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다.
처음 시작이 어렵다면 그냥 엄마 어렸을 때 이야기를 들려줘도 좋다. 그러다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도 들려주고, 또 아이랑 이미 몇 번인가 읽어봐서 익숙해진 옛날이야기를 들려줘도 좋다. 들려주는 이야기는 동화 구연을 하듯이 똑같이 외어서 할 필요가 없다. 엄마가 들려주다 빼먹거나 잊어버린 부분은 듣고 있던 아이가 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이 서로를 보완해 주는 것도 이야기의 또 다른 맛이다.
간혹 옛날이야기는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맞다. 주제만 보자면 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뻔한 주제 속에 삶의 진실이 담겨 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 거짓말 하지 말아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찌 보면 잔소리로 여겨지는 말들에 대한 대안도 담겨 있다. 아이는 옛날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옛날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진실을 배운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오늘, 아이에게 옛날이야기 한편 들려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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