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2007. 5. 22.
그림책은 학습 교재가 아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건 엄마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소망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좋은 책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책을 읽어주는 일도 아주 열심이다.
이렇게 책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읽어주는 엄마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간혹 열심히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 모습을 보며 당황스러워질 때가 있다.
아이에게 한글을 익히게 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게 가장 좋다면서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어가면서 책을 읽어줄 때, 책을 읽어주고 나서는 아이에게 책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을 할 때,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옆 사람 목소리에 지지 않으려 점점 크게 책을 읽어줄 때…….
이런 모습의 바탕에는 아이에게 뭔가를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깔려있다. 그리고 이때 ‘뭔가’는 바로 단순 지식이다. 엄마들이 비록 단순 지식이나마 확인하고 싶어하는 건 스스로 위안을 받기 위해서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효과 가운데 적어도 단순 지식은 바로 바로 확인할 수가 있고, 이렇게 책을 읽은 효과를 바로 확인을 할 수 있을 때 엄마도 비로소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걸 믿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뭔가를 확인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눈앞의 결과를 확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결과는 만족스러울 정도로 확인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는 오히려 아이들이 책을 제대로 못 보게 할 가능성이 높다. 또 책읽기 조차도 계속 옆집 아이와 견주며 경쟁을 해나가야 하고 말이다.
“다른 집 아이들도 이 책 다 샀어요. 다른 아이들도 다 보는데 이 아이만 안 보면 뒤떨어지지 않겠어요?”
전집을 구입하는 엄마들이라면 이런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 아이가 좀더 잘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이 책을 보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떨어질까 하는 조바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책을 구입하고 나면 늘 남들보다 앞서서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책을 구입하게 된다. 아이의 취향이나 반응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아니, 곧 아이도 이 책을 좋아한다고, 효과도 아주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엄마의 마음이 앞서 있으면 아이의 조그만 반응도 엄마의 입장에서 마음대로 해석하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내용을 확인하면 할수록 아이는 책을 볼 때도 엄마가 물어볼 것을 염두에 두고 읽게 되고 엄마의 질문에 답을 잘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책읽기 방식이 몸에 배어서 늘 이런 식으로 책에서 필요한 지식을 쏙쏙 뽑아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 책을 읽는 목적은 책을 읽고 아이가 백과사전처럼 되는 데 있지 않다. 비록 한 가지 사실만 알고 있다 해도 이를 자기 식으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실컷 즐기면서 맘껏 상상하며 놀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아이들은 즐겁게 책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통해 든든한 힘을 얻는다. 이 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 힘이 드러나는 건 아이에게 그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지식 위한 학습은 잊어버리면 끝이다. 그러니 그림책 읽기의 목적이 학습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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