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읽어도 될까요?
1. 학급문고 책이 너무 오래돼서 맞춤법도 틀립니다. 이런 책, 읽어도 될까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바뀐 게 1988년이지요. 그렇다면 적어도 20년도 넘은 책이 학급문고에 그대로 있는 거네요.
하긴 20년이 넘은 책이라고 해서 그 책이 좋지 않은 책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어요. 맞춤법은 틀려도 내용은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맞춤법이 틀린 책을 보는 건 말리고 싶어요. 특히나 아직까지 한글 맞춤법을 헷갈려 하는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더 그렇지요. 어른들도 맞춤법이 틀린 책을 보다 보면 맞춤법이 하나 둘 헷갈리곤 합니다. 맞춤법 때문에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아이들은 더 헷갈릴 수밖에 없지요. 좋은 내용이라고 해도 헷갈리는 글자가 자꾸만 나오고 그 글자에 신경을 쓰다 보면 책에 빠져들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맞춤법이 틀린 오래된 책 때문에 책읽기도 실패하고 맞춤법 공부에도 방해가 되는 셈이지요.
그러니 이런 책은 되도록 빨리 학급문고에서 치우고, 대신 새로 나온 좋은 책들로 채워져야 하겠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학급문고의 책들이 좋은 책으로 채워지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바로 학급문고가 만들어지는 과정 때문이지요.
학교마다, 학급마다 학급문고를 만드는 방식은 조금씩 다릅니다. 보통은 집에서 안 보는 책을 기증 받아 학급문고를 채우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다 보니 학급문고로 오는 건 대개 집에서 가장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책이지요.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은 책이지요. 한 해가 지나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때 이 책들은 기존의 교실에서 그냥 남아 아래 학년으로 되물림 됩니다. 20년도 넘은 책이 그대로 학급문고에 남아있는 건 바로 이런 과정 때문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학급문고는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책이랍니다. 짬이 날 때마다 바로 들춰볼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눈에 띄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학급문고의 책들은 다른 어떤 책보다 좋은 책으로 채워져야 하지요.
만약 학급문고를 가져가야 한다면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가장 좋은 책으로 보내세요. 좋은 책은 내 아이 혼자만 보는 것보다 주위 아이들이 모두 함께 볼 때 더욱 효과가 커지니까요.
2. 철학동화, 논술동화는 정말 논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철학동화, 논술동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더구나 어떤 주제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논술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철학동화, 논술동화는 끝부분에서 늘 생각해 볼 주제를 던져줍니다. 책을 아무 생각 없이 쭉 읽어 내려온 아이들이라도 던져진 주제를 읽고 나면 한 번쯤은 생각을 하게 되지요.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철학동화, 논술동화는 분명 논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합니다. 첫째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책읽기를 방해한다는 점이지요. 이 시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책읽기는 마음 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읽는 것입니다. 또 책이란 본래 여러 가지 주제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만약 주어진 주제가 아이가 생각한 것과 맞아떨어진다면 별 문제가 안 될 거예요. 그러나 몇 번 반복해서 주제가 맞아떨어지지 않거나 낯설게 여겨지기 시작하면 아이는 주제에 신경을 쓰느라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요.
둘째는 논술 주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뽑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기를 쓸 때 글감이 없다는 아이에게 글감을 찾아주는 것과 스스로 글감을 찾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 주는 차이와 비슷할 거예요. 글감을 찾아줘 버릇하면 글감에 따라 일기를 잘 쓰기는 하지만 혼자서는 제대로 일기를 쓰지 못하지요.
철학동화나 논술동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속의 주제는 곧 논술의 글감입니다. 따라서 주제를 내걸고 있는 철학동화나 논술동화는 단기간의 효과는 뚜렷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논술과는 멀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논술에서 한발 물러서 있어도 좋은 때입니다. 그냥 자유롭게 읽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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