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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서울로 보는 조선>, <베이징>

by 오른발왼발 2017.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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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보는 조선》(안미연 글/한미경 그림/현암사)

《베이징》(리처드 플랫 글/마누엘라 카폰 그림/국민서관)

 

 

 

한 도시 속에 담겨있는 역사.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입니다.

《서울로 보는 조선》는 같은 시리즈물 가운데 《경주로 보는 신라》,《공주.부여로 보는 백제》까지 모두 세 권의 책이 ‘한 도시에 담겨 있는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베이징》 역시 다섯 권의 시리즈물 가운데 《뉴욕》과《런던》편이 도시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요.

이번엔 다른 시리즈물까지 다 살펴보진 못하고 《서울로 보는 조선》과 《베이징》, 2권만 살펴봤습니다.

이 두 권은 똑같이 한 도시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다루고 있는 범주나 다루는 방법 면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로 보는 조선》은 먼저 서울의 현재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현재 서울의 모습이 있는 장면에서 여닫이문을 열듯 양쪽으로 펼치면 조선 모습을 드러납니다. 순식간에 2쪽의 화면이 4쪽으로 두 배 크기로 늘어나지요. 가운데에는 조선의 모습이, 좌우 양쪽으로는 해당 장면과 관련된 조선의 역사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같은 장소의 현재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견줘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이번엔 ‘교과서 돋보기’라 해서 조선의 이런저런 역사를 알려주는 코너도 있습니다. 재미와 학습 모두를 갖춘 성공한 기획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림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견줘 보여주는 것은 좋으나 어떤 장면은 과거와 현재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조선 500년의 역사를 한꺼번에 퉁쳐서 조선의 틀에 갖다 맞추다 보니 여기서 말하고 있는 조선이 과연 조선 언제쯤의 이야기일까 싶은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림책 형식을 좀더 잘 살려내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펼침면 가득 그림은 있지만 그림과 글은 상관관계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과거의 모습으로 펼쳤을 때 좌우 양쪽엔 그림 속 장면을 설명해주고, 필요한 정보는 ‘교과서 돋보기’로 돌렸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부정확한 표현도 여럿 눈에 띱니다. 홍건적이 중국을 차지하고 싶어 원나라와 싸웠지만 이길 수 없자 고려를 넘봤다는 표현도 그렇지만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돌아왔어요’라고 표현하는 것은 역사를 오해할 소지를 주는 부분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청계천입니다. ‘교과서 돋보기’에서 ‘조선의 바탕이 되는 농사’로 끝이 납니다. 순간 당황스러워집니다. 이게 조선의 마지막일까 싶어서지요.

 

제목도 뭔가 관심을 끌고, 책의 구성도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은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조선의 건국으로 시작을 했으면 적어도 마무리는 조선의 마지막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에는 조선의 시작과 끝이 모두 담겨 있으니까요.

 

 

《베이징-천 년을 이어온 중국의 수도, 위대한 왕조들의 역사 이야기》는 《서울로 보는 조선》과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접근을 합니다.

지도를 통해 베이징의 위치를 보여주고, 기원전 16,000년 베이징이 늪지대였던 때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사건을 18장면으로 나누어 연대기 순으로 보여줍니다.

 

기원전 16,000년 늪지대

기원전 350년 고대 도시의 일상

1179년 중도 건설

1200년 금나라의 궁궐

1215년 몽골족의 침략

1290년 쿠빌라이 칸의 도시

1368년 명나라 건국

1406년 자금성

1480년 자금성 안의 생활

1514년 불타는 자금성

1644년 명나라의 멸망

1695년 유럽인의 방문

1860년 아편전쟁

1900년 의화단 사건

1919년 마지막 황제

1924년 새로운 시대

1966년 문화대형명

오늘날 박물관도시

 

베이징의 역사와, 당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잘 들어옵니다. 똑같은 자금성의 이야기가 세 장면이나 나오지만 시기가 다르고, 다루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과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입체적인 그림도 좋지만 커다란 이야기 줄기와 함께 흥미를 주는 가십거리도 슬쩍 던져주고, 위치비교지도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베이징의 위치와 크기가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 책의 첫 장면, 지도와 함께 베이징에 대해 설명해주는 장면에서는 17세기에 자금성이 들어섰다고 나와 있고(번역 혹은 편집상의 실수일까요?), 간혹 서양인의 편견으로 보여지는 글들도 보이고, 역사의 본류에서 벗어난 자극적인 장면들도 눈에 띱니다. 또 앞뒤에 자세한 설명없이 작가의 판단이 들어간 문장들도 있습니다.

몽골족의 침략 부분에선 살아남은 사람들이 식량이 없어서 살려면 인육을 먹어야 했다거나, 명나라의 멸망 부분에선 글과 그림에서 모두 황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중심에 등장하고, 의화단 사건을 설명할 땐 어리석게 서태후는 의화단을 지원했고 의화단은 잔혹한 군인으로 묘사됩니다.

이 모든 것이 서양인의 눈으로 보는 중국사이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작가인 리처드 플랫은 역사와 과학 분야의 많은 책들을 썼습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그의 책 가운데 《베이징》은 유일한 동양 역사 책입니다. 다른 책들이 더 있다면 확인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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