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노래 그림책
김성은 글/김규택 그림/박승규 감수/나는별
어? 이게 뭐지? 재밌는 걸?
책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
이 책은 지리, 그 가운데서도 우리 땅에 대한 그림책이다. 제목에서 이미 다 알려주고 있는 것처럼 우리 땅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노래로 불러볼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다.
사실 난 지리책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또 노래로 보여준다니 학습을 가장한 그저그런 그림책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하며 재밌어하는 나를 발견했다. 작가가 이렇게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고민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 땅의 여러 도시와 마을 지명, 자연과 지형, 생활과 문화 등 다방면을 다루고 있어서 정보의 양이 결코 작지는 않지만 노래로 따라 부르는 재미가 만만치 않아서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지명과 자연, 문화에 대한 정보를 익힐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 정보의 깊이에 큰 욕심을 내지 않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어찌 보면 지명을 익히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단순한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에 관련 정보들이 더해지는 순간 이 책이 갖고 있는 단순성은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6~7세 정도의 유치원생부터 초등 1~2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에 나오는 정보를 ‘동물 농장’, ‘꼬마야 꼬마야’, ‘두껍아 두껍아’ 등에 맞춰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의 아이들에게 눈높이가 맞춰진 책이다. 이 또래 아이들에게는 우리나라의 도 이름을 익히고, 도시 이름을 익히는 정도의 수준이면 충분하다. 자꾸 노래를 부르면 익숙해진다. 익숙한 것은 부담이 적기 때문에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도 쉽다. 그러니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한 셈이다. 따분한 지리를 이렇게 즐기면서 익힐 수 있으니 말이다.
만화 느낌의 그림은 이 책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지도나 말풍선을 이용해 노랫말 외에 추가 정보가 조금씩 등장하기도 하는데, 적절한 수준의 정보가 부담스럽지 않게 잘 전달되고 있다.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한 곳, ㄱㄴㄷ 자음을 이용한 <서울 ㄱㄴㄷ>이었다.
가자 가자
경
복궁
올라가자
남
산
돌아보자
독
립문
이런 식으로 ㄱㄴㄷ 순서로 여기에 해당하는 지명을 늘어놓았는데, 과연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구성은 글자 익히기 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글자 익히기 책에서도 ‘이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던 방식인데, 이 책에서 보니 더욱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말 만족스러운 책이다. 책을 다 보고 난 뒤 마지막에 있는 커다란 우리나라(남한) 지도와 퀴즈를 풀다보면 우리 땅이 자꾸자꾸 궁금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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