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이야기》(유리/이야기꽃/2013)
2010년 돼지구제역 사건을 다룬 그림책이입니다. 돼지의 사육 환경과 살처분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제가 활동하는 어린이논픽션공부모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책입니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 잔혹한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 작가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기사화 된 글자보다 그림이 있어서 감정적인 전달이 크다.
- 인간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살처분 구덩이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엄마 돼지가 아기 돼지를 바라보는 장면...가장 슬프다.
- 슬픔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야노슈 코르착의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 마지막 장면.. 현실에서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천국을 그려준 것이다.(아이들 반응)
- 그림은 감정 전달, 글은 현실을 냉철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큐의 느낌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나왔습니다.
표지에는 그림 작가 유리의 이름만 나와 있어 유리가 글.그림을 모두 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글작가는 김장성입니다. 왜 표지에서 글작가를 밝히지 않았을까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지요.
또 글이 그림에 비해서 자연스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에서 글작가를 밝히지 않은 점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건 아닐까 싶어지네요.
글에 대한 부분은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스토리가 없이 너무 딱딱하다는 의견과 그림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쪽으로요. 이는 개인적이 취향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글과 그림이 조화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돼지도 누릴 권리가 있어》(백은영 글/와이즈만북)
《돼지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숙연하게 독자를 이끈다면 이 책은 글과 그림이 모두 가볍습니다.
그림형제의 ‘아기 돼지 삼형제’를 모티브로 삼아 스토리가 펼쳐지지요.
돼지우리에 나타난 늑대를 피해 도망간 아기 돼지 삼형제들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늑대를 조심하라고 알리러 돌아다니며 여러 동물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보여주지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양날의 칼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름 작가는 아기 돼지들이 도망가는 동선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려고 했고, 이런 점에서 여러 동물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로서 구실을 했지요. 하지만 너무 알려진 이야긴 탓에 본 이야기의 기본 캐릭터를 뒤집을 땐 충분한 논리적 구성이 뒤따라야 했는데 이 점에서는 실패한 듯 싶습니다. 돼지우리에 나타났던 늑대가 알고 보니 탐정이었다거나, 늑대가 문제의 원인이 됐던 강아지 농장이나 돼지 농장 등을 바람을 불어 날려버린다거나 하는 건 너무 느닷없다는 느낌만 갖게 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는 한없이 가벼워 보이기만 했지요. 하지만 정보 꼭지로 구성된 장면들은 정보가 알찼습니다. 다만 글과 그림이 너무 가벼워 보이다 보니 정보 역시도 가볍게 흘려버리게 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이 교재로 쓰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크게 불만이 없지만(와이즈만 학원에서 나온 책이라) 단행본으로서의 이야기 구성을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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